(서울=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1
(서울=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라덕연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가 신종 주가조작 수법을 통해 시장 감시망을 피해 시세조종을 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의 시세조종 적발 건수가 최근 수년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2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주가조작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시세조종 처리 건수는 단 2건(고발 1건·수사기관 통보 1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시세조종은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주가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시세조종 처리 건수는 2020년 15건(고발 9건·수사기관 통보 6건)으로 집계됐으나 2021년 12건(고발 8건·수사기관 통보 4건), 2022년 8건(고발 4건·수사기관 통보 4건)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를 동시에 저지른 경우 ‘부정거래’ 항목에 잡히는 만큼 전반적인 불공정거래 처리 건수는 별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라 대표 일당 사례를 금융당국이 인지하지 못했을뿐더러, 한 언론사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라 대표 일당은 대상 종목 주가를 2~3년에 걸쳐 장기간 관리해오며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은 대부분 단기간인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은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 수백대를 개통해 명의인 집이나 직장 주소지 근처 등지에서 대리 매매하는 수법으로 ‘동일 세력 분류’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통해 실제 투자자 정보와 거래 내역 파악을 어렵게 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SG증권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 대응이 느렸다’는 지적에 대해 “이 사건을 언론에서 간접 제보받았고, 받은 지 2주도 안 돼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시켰고 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압수수색까지 한 이런 사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응이 느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최근 10년간 거래 및 CFD 전체 계좌 3400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하게 CFD 계좌를 이용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조작한 세력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강화된다. 당정은 기존 형사처벌 이외에 부당이득의 최고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 체제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주가조작 포상금 한도는 현행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2배 늘리고 자진신고자 감경 제도 도입을 추진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독려하기로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가조작 자진 신고는 ‘0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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