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보다 작은 영토 소멸 위기
디지털 국가 설립도 고민
외교부 “맞춤 협력사업 추진”

투발루 푸나푸티 본섬에서 8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도 테푸카 빌리빌리.약 30년 전인 1992년에는 모래와 코코넛 나무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위 끝 부분만 해수면 위로 간신히 볼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투발루 푸나푸티 본섬에서 8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도 테푸카 빌리빌리.약 30년 전인 1992년에는 모래와 코코넛 나무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위 끝 부분만 해수면 위로 간신히 볼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1992년에는 여기에 코코넛 나무도 있었고 할아버지와 낚시도 했어요. 섬에 있던 모래가 없어졌고 지금은 바위만 남았습니다.”

지난달 28일 한국 취재진을 안내한 타이나우티호 터사 선장은 바위 머리만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소도(Islet, 小島) 중 하나를 가리키며 기후 변화로 달라진 투발루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사이클론도 10년 전보다 많이 발생한다”며 “주민들이 대부분 낙천적인 성격이라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나는 배를 타다 보니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가 전체 면적이 26㎢에 불과해 마포구보다 좁은 투발루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분류되지만 기후 변화 이슈에 있어서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 중 하나다.

투발루에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물리적 영토 소멸로 이어져, 국가 존폐를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막아달라는 투발루의 절절한 호소는 지난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은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화상 연설을 진행하며 기후 위기 대응에 전 세계가 즉각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3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는 “수중 연설을 진행한 곳은 사실 수년 전까지는 육지였고 내 뒤로 보였던 콘크리트 더미는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인들이 건설한 것”이라며 “그곳도 당연히 그때는 육지였다”고 강조했다.

코페 장관은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50∼100년 뒤 우리 섬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것을 상상하고 있다”며 향후 다른 나라 영토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영토가 사라져 국민이 뿔뿔이 흩어질 것을 대비해 전 세계 어디에 국민이 있든 국가의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국가’ 설립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는 “키리바시는 실제 피지에 땅을 구입했지만 우리는 이를 첫번째 옵션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영토를 살리기 위한 가능한 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페 장관은 물리적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방파제 건설이 필요한데 큰 비용이 든다며 다른 국가들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이달 29일 열리는 ‘한-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태도국을 위한 맞춤 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태도국과 기후변화·보건·해양수산·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올해 최초로 개최되는 한-태도국 정상회의는 양자 및 지역 차원의 협력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태평양도서국 맞춤형 기후예측서비스를 태도국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고 대상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분야뿐 아니라 우리의 발전 경험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투발루·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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