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어 각국 비상사태 종료
질병 관리 수월, 행정적 의미 ↑
“코로나 위협 아니란 뜻 아냐”

3년간 세계 공중보건 교훈 남겨
“새 바이러스·변이에 대비해야”
미중, ‘오리무중’ 기원 놓고 공방

[제주=뉴시스]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라는 주제로 2021년 3월 13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23회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 오름에 '들불 COVID-19 OUT'이라고 새겼다.
[제주=뉴시스]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라는 주제로 2021년 3월 13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제23회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 오름에 '들불 COVID-19 OUT'이라고 새겼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코로나19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2020년 1월 30일 이후 약 1192일 만인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간단히 말해 코로나19가 다른 풍토병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정부 등도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엔데믹(endemic,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했다.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시작해 3년간 전 세계를 흔들어 놓은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가 끝났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또 3년간 세계가 배운 교훈은 무엇일까. 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을까.

◆“추가 확산세 불가피… 기저질환자 위협 여전”

많은 의료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료 선언이 코로나19가 끝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인도 우다이푸르 파라스 병원의 내과 책임자인 산딥 바트나가르 박사는 최근 더인디안익스프레스에 비상사태 종료에 대해 ‘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이나 인구 내에서 비교적 안정된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즉 바이러스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은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갖게 됐다”며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관리하기 쉬운 공중보건 문제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전 볼티모어 주 보건국장인 리아나 웬 박사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비상사태 선언이 끝났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마법처럼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언은 행정적으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급격한 단계는 지나갔을지 몰라도 바이러스의 영향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은 수명이 짧은데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규제들이 모두 해제되면서 또 다른 확산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원인인 SARS-CoV-2 바이러스로 세계에선 여전히 3분마다 한 명이 숨지고 있으며 장기적인 후유증에 시달리는 완치자들도 많다. 또한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겨울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계절성 질환에 매년 새로운 위험을 더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코로나19는 지난 3년간 세계 공중보건에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런던 위생열대의대 마크 지트 교수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는 매년 치료가 필요한 모든 추가 인원에 대처하기 위해 의료 시스템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협력해 치명적인 코로나19 변이나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미생물로 인한 비상사태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서식지 파괴가 계속되고 국경을 건너는 여행이 빈번해 짐에 따라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에볼라 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이 있었지만 코로나19만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그러나 다음 신종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스완지 대학교의 심리학자 사이먼 윌리엄스도 가디언에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상사태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적응력과 대응력이 뛰어난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지, 그러나 많은 정부와 기관이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는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3년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얼마나 회복탄력성이 있는지, 그리고 더 나은 제도적 회복력을 구축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줬다. 즉 미래의 보건 비상사태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웬 박사 역시 비상사태는 종료됐지만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위해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 중증 질환뿐만 아니라 감염과 전염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백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이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신 등 더 나은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며 “또한 코로나19 중증 질환에 더 취약한 노인과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개선된 치료법도 계속 필요하다”고 했다.

2021년 1월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들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팀원들을 안내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2021년 1~2월 중국 우한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출처: 뉴시스)
2021년 1월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들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팀원들을 안내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2021년 1~2월 중국 우한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출처: 뉴시스)

◆美, 中 연구소 유출설 지속 주장… 中 전면부인

미국에서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종료되기 하루 전날인 10일 미 연방 상원은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고 향후 더 나은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조니 언스트(공화, 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9.11 테러 위원회 유형의 조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생에서 발생했는지,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발생했는지, 아니면 정부 실험실에서 유출된 것인지 밝혀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거쳤지만 여전히 어느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WHO는 2021년 1~2월 중국 우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서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주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까닭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보고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마무리됐다.

WHO 조사와 별개로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이 강세다.

지난달 18일 미국 상원 보건위원회가 위촉한 전문가들은 18개월간 중국 정부 문서와 의학 논문,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중국 연구소를 바이러스 유출지로 지목했다. 이들은 확실한 물증을 보이진 못했으나 3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이는 앞서 미국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FBI)이 내린 결론과도 같은 내용이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미국의 중국 연구소 유출설을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국가질병통제예방센터의 선훙빙 주임은 지난 4월 8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기원을 정치화하는 것은 중국 과학계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글로벌 과학계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연구소 유출설을 제기한 서방을 겨냥했다. 또 그는 WHO에 중국 당국이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공유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로나19 사례와 샘플, 검사 및 분석 결과 은폐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기원과 관련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코로나19 기원법’이 그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 법안은 시행 90일 이내에 국가정보국(DNI)이 중국 우한 연구소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재적 연결성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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