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방지 명분으로 시행
3년간 280만여명 망명 기회 잃어
대규모 미국행 이민자 유입 예상
남부 국경 지역 병력 추가 배치
멕시코 접경지엔 비상사태 선포

(출처: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시행해온 이민자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11일(현지시간) 시행 3년여 만에 종료가 임박하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9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지역 멕시코 국경 부근에 이민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출처: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시행해온 이민자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11일(현지시간) 시행 3년여 만에 종료가 임박하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9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지역 멕시코 국경 부근에 이민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방은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시행해온 이민자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시행 3년여 만인 11일(현지시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에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하루 1만명 이상 몰려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CNN, BBC,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혼란 상태에 대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이민 규제가 해제되면서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 chaotic for a while )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타이틀 42’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 본국으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이 정책 시행 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280만명이 월경 즉시 추방됐다.

보도에 따르면 ‘타이틀 42’ 종료가 임박하자 수천명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고 있다. 망명을 신청하는 것을 금지할 규정이 새롭게 발효되기 전에 너도 나도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다른 나라를 통과하거나 미국 입국을 위해 법적 경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망명 자격이 없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이번 주에 종료되는 ‘타이틀 42’로 불법 이민자들의 국경 월경을 단속할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1951마일(3140㎞)의 국경을 공유하는 미국과 멕시코는 남부 국경으로 밀려드는 이민자들을 통제하는 데 있어서 어떤 계획 보다도 먼저 고려 대상이 된다. 이에 미국 당국은 미국 정부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입국 신청하거나 후원자, 또는 신원 증명을 해줄 사람을 구하는 등 합법적인 이민 길을 터주려 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에게는 새 규정이 더 가혹한 결과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체포될 경우 추방될 수 있으며, 망명 자격을 얻지 못하면 5년 동안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국경이 개방되지 않았고, 불규칙하게 건너는 것은 법에 위배되며, 구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추방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국경 도시들이 이민자들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언제, 어떻게 국경을 건너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드론 영상에는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 건너편 텍사스 엘파소 국경 펜스에 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멕시코의 레이노사와 텍사스의 파르 사이의 교차로에서 수요일 아침 멕시코 군인들이 밀수꾼으로 의심되는 무장 단체와 충돌해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엘파소, 브라운스빌, 라레도 등 텍사스주 3개 도시는 이미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뉴욕시도 임시 수용시설로 사용할 공간을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뉴욕시는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주거권이 법으로 보장돼 이민자들이 임시 거주 시설을 찾아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미 국경순찰대 라울 오티즈 국장은 지난 3월 하루 평균 5200명 수준에서 이번주 들어 하루 평균 약 8800명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됐다고 외신에 말했다.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는 3만 5000여명, 티후아나에는 1만 5000여명의 이민자가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 지역의 이민자 보호시설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바이든 정부는 10일부터 남부 국경에 병력 1500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공화당은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현재 당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공화당 대통령의 이민자 관련 강경 정책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CNN은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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