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간호법 반대 부분파업
거의 대부분 병원 정상 운영
“파업한다는 소식 못 들어”
약사 “간호사 처우개선 공감”
전북 의료연대, 민주당 규탄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하며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진료실에 진료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하며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진료실에 진료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지난 3일 전국에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17일 총파업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본지는 전국 몇 곳의 병원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이날 대부분의 병원이 직접적인 파업에 들어가진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시민들은 혹여나 언제라도 파업으로 인해 진료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평택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오전부터 대기 번호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했으며 파업과 관련한 소식에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조무사는 “일부 파업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현재 근무하는 병원이나 주변 지인들은 조용하다”며 “(파업과 관련해) RN쌤(간호사)과 이야기하면 불편한 상황이 될까 봐 서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좀 달라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심장초음파 검진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박경수(가명, 30대, 경기 평택시)씨는 “정확히 간호사법이 뭔지 모르겠지만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법을 두고 의사와 파업을 한다고 하니 의아하다”며 “의사와 간호사 서로 밥그릇 싸움하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면서 “그것(파업)이 개인적인 욕심인지 환자를 위한 싸움인지 알 수 없지만 양심적인 움직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김선숙(60대, 경기 평택시 비전동)씨는 “병원에 오기 전에 뉴스에서 의사와 간호조무사 파업 소식을 들었다”며 “오늘 검사가 있어서 혹시 진료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돼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 병원은 해당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안심하고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기 환자인 최선자(가명, 50대, 경기 평택시 세교동)씨도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파업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병원이 휴진할 거란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4.

병원들은 대체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작은 병원들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병원들도 정상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었고 일찍 문 닫는 곳은 없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간호법 제정에 관심없다.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따로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충북 지역에서는 이날 충북의사회 등 충북지역 13개 의료단체가 부분 파업에 나섰다. 이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를 청주시 상당공원 일대에서 열었다. 다만 충북대병원, 청주의료원 등 도내 주요 의료기관은 정상운영해 다행히 의료공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오는 11일 2차 부분 파업을 한 뒤 17일 400만 연대 회원이 함께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료계 중 간호법 여파에 크게 지장이 없다는 한 약사는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해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주시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김성수(가명, 29, 남)씨는 “약대에서 공부할 때 간호사들이 3교대로 많이 힘들게 일한다는 걸 듣긴 했다”면서도 “간호법 반대 파업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하고 있는 약국이나 병원은 정상 운영 중이고 주변에도 파업이나 단축진료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그래도 같은 의료계 종사자로서 처우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간호조무사협회에서도 부분 파업은 있었지만, 단축진료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한 큰 소란은 없었다. 다만 협회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간호법에 반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주, 전남의 1500여명의 간호조무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환자들에겐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파업과 관계없이 업무를 지속 이어갔다. 정은영(59, 광주시 북구) 간호사는 일부파업에 들어간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같은 직업군인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각각의 고유의 업무를 통해 환자를 돌보고 정부는 부족한 의료인을 늘리는데 오히려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직업인만큼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료인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광주시 광산구 소재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26, 여)는 “우리 병원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단축진료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군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도 “아직 단축진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당장은 특별한 조치가 있지 않지만 상황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될지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의 소아청소년과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은미(가명, 28, 여)씨도 “정상 진료 중이고 단축진료를 하게 되면 사전에 광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 3일 오후 5시 덕진구 기린대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가 개최됐다. ⓒ천지일보 2023.05.04.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 3일 오후 5시 덕진구 기린대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가 개최됐다. ⓒ천지일보 2023.05.04.

전북 전주에서도 이날 오후 5시 덕진구 기린대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전라북도 간호조무사협회, 방사선협회, 병원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등 13개 단체의 임원 및 회원 300여명이 참석해 ‘간호사특혜법 절대반대’와 ‘의료인 면허강탈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의 구호로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날 규탄대회에는 현직 의료 종사자 외에도 의료 관련 학과 대학생들도 동참해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외쳐 눈에 띄었다.

규탄대회 사회를 맡은 유경순 간호조무사회 총무이사와 박용현 의사회 총무이사는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계 약소 직역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모였다”며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입법 폭거를 저지른 민주당을 규탄하고 국민들에게 민주당 심판을 호소하기 위해 모였다”고 규탄대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대회사와 연대사, 격려사, 결의문낭독에 나선 보건복지의료연대 임원들은 “간호법은 처음 취지인 간호사 처우개선의 의미가 아닌 간호사 업무 영역을 넓혀 소수 직역에 대한 명백한 업무 침탈”이며 “면허박탈법은 진료에 전념해야 하는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해 생존권을 박탈하는 악법이자 국민의 건강권을 강탈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인수(가명, 70대, 남)씨는 “규탄대회는 다른 의료단체와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대한 반발”이라며 “절대적으로 문제가 되는 법안들이 너무 많고 앞으로 의료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활하면서 교통법 위반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일로 의사 면허에도 영향이 있다면 너무 강하지 않냐,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우리가 얼마든지 알아서 자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 과도하다”고 되짚었다.

전주비전대학교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김윤하(21, 여)씨는 “간호사들의 환경이 되게 취약하고 열악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을 들어보니 간호사들을 위한 법률만 있다”며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 직종이 반대하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업무에서 다른 업무를 침범하지 않고 서로 응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의료계 종사자는 “의료업계와 소통도 없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법안·정책이 추진될 수 있느냐”며 “이런 상황에 전공의 파업 등 정부가 우리를 거리로 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희주, 류지민, 송연숙, 홍나리, 이미애, 서영화, 천성현, 이봉화, 김동현, 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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