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프린터’ 기술 탈취 분쟁
LG생건 ‘임프린투’ 표절 논란
“어설픈 베끼기, 시장 망칠라”
“스타트업 지켜줄 제도 필요”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대기업의 기술 탈취 사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들이 직접 나섰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도용하지 못하게 보호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본지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LG생활건강이 상생하자고 말은 하는데 그러면서 아무런 대화 없이 대형 로펌을 두 곳이나 동원해 선고소를 진행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협의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에 있는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LG생활건강으로부터 개인정보 보호법, 명예훼손으로 2건의 고소를 당한 상태다. 덤덤하게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참담한 심정은 이따금 묻어났다.

앞서 그는 4월 19일 알고케어·키우소·팍스모네·닥터다이어리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기술 침탈 실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윤 대표는 LG생활건강이 프링커코리아의 템포러리 디지털 타투 디바이스 ‘프링커’를 표절해 ‘임프린투’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NDA 체결 이후 연락 끊긴 LG생활건강

윤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자사 홈페이지에 LG생활건강의 표절 정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담아 고발 글을 올렸다.

그는 “LG생활건강에서 ‘프링커’의 콘셉트, 기술, 서비스를 완전히 그대로 베낀 소형 타투프린터 ‘임프린투’를 출시하고 MWC 2023에서 뷰티업체 최초로 전시를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대기업의 스타트업 베끼기’ 또 다른 피해 사례로 당사에서는 법적, 제도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며 각 언론에 이 사실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프링커코리아는 2015년 12월 이종인, 윤태식, 이규석 3명의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삼성전자 C-Lab 출신의 국내 스타트업으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잉크소재 개발을 모두 인하우스(in-house)로 진행하는 역량을 갖췄다.

윤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타투 프린터에 대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고자 했었다. 프링커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논의되던 신사업 과제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계류되다 끝내 출시되지 못했고 윤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다.

피부에 화장품 잉크를 바로 프린팅할 수 있는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는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기에 빠르게 MVP 개발을 진행했다. 이후 2016년 삼성전자와의 서비스 납품 계약을 통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관람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2018년 초에 세계 최초로 1초 만에 완성되는 템포러리 디지털 타투 디바이스 ‘프링커’를 상품화 판매하는 데 성공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 2023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또 로레알 이노베이션 런웨이 대상 수상에 이어 코스메틱 최고 권위의 뷰티 전시회 COSMOPROF 볼로냐 2022에서 위너를 수상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LG생활건강 디자인팀이 협업 가능 여부와 공동 개발 문의를 해왔다. 유선·방문 상담을 거쳐 내부 브랜드 마케팅 및 행사에서 사용하고 싶다며 프링커 프로 제품 2대 구매를 요청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타투 프린터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타투 프린터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또 LG생활건강 측에서 세부적인 기술적인 정보를 유선상 계속 문의하고 요청하자 프링커코리아는 NDA(Non 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LG생활건강은 체결 담당자 A와 프링커코리아의 계약을 주선했다. 프링커코리아는 A와 ‘프링커(인스턴트 타투 프린터) 공급 및 협업’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NDA 이전까지는 구두 상으로 수차례 문의와 질의응답이 오갔으며 제품을 구매했으나 체결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 A로부터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신제품 구매만 계속 이어졌고 담당자 연락을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2020년 9월 3일 프링커와 동일한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디자인 특허 출원된 게 확인됐다. 창작자로 A가 등록돼 있었다.

NDA 이후 의심만 하던 윤 대표는 2021년 6월경 자사의 제품을 알던 수많은 협력사들로부터 LG생활건강이 타투 프린터 디바이스 1차 외주 개발처(A)를 확정 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기술을 탈취당했음을 확신했다.

프링커코리아에 이 사실을 전한 협력사들은 LG생활건강이 임프린투를 출시하면서 파트너사들로 소개한 이들이다. LG전자도 그들 중 하나였다.

윤 대표는 “얼마나 조직적으로 LG생활건강 선행디자인팀에서 저희 쪽에서 구매한 기기들을 어떻게 사용해 보고 베끼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는지 유추할 수 있는 로그 기록이 있다”며 “LG생활건강 임직원 이메일 계정으로 접속한 모든 관련자 계정 및 전체 사용 이력 로그 기록과 함께 LG생활건강에서 기기 분석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기기에 연결된 십 수명의 모든 개인 계정 및 사용한 내역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베끼기 문화 팽배… 해결책은 묘연”

윤 대표는 LG생활건강 측에 올해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열리기 전 내용증명을 보내 최종 협의를 제안했다. LG생활건강은 선고소로 대응했다. 현재도 LG생활건강 측으로부터 연락은 없다. 윤 대표를 돕는 국회 의원실을 통해서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대표는 “5명의 대표가 이 같은 일을 모두 처음 겪는다”며 “하지만 찾아보니 이런 일(기술·아이디어 탈취)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단 한 곳의 대기업도 인정한 적은 없고 사업을 접으면 접었지 순순히 잘못했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LG 계열에서 유사한 사건도 있었냐고 묻는 말에 윤 대표는 “LG생활건강은 스타트업과 분쟁이 일어난 게 아니라 대부분 아모레퍼시픽, 애경그룹, 토니모리 등 대기업과 빚은 게 많았다. 패소한 것도 있었다”고 답했다.

현행법으로 이들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만한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재판에서 이긴다고 해도 강제가 아닌 시정 권고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그는 LG생활건강과의 경쟁이 두려운 게 아니라 시장이 망가질까 봐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윤 대표는 “대기업이 뛰어들면 시장 전체의 크기는 커지니 좋다. 하지만 특허 때문에 LG생활건강에서 임프린투에 쓰는 잉크와 픽서가 그렇다. 옷에 묻고, 흑인들 피부에는 하얗게 뜨고, 물이나 땀에 녹는다”며 “전에 중국 기업이 베낀 제품의 잉크가 유해성 논란으로 개발 중단됐는데 그때 중국 제품을 써본 고객들은 프링커코리아의 제품을 보고 똑같은 편견을 가진다”고 우려했다.

프링커코리아는 국내의 타투에 대한 보수적인 문화로 사업 최초부터 해외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75%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으며 해외 인지도가 더 높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의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프링커코리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의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다음은 이날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LG생활건강이 고소를 한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소도 아주 나눠서 했다. 법률 법인 두 개로 하나는 회사가 있는 쪽에, 다른 하나는 집이 있는 쪽 경찰서로 분리해서 했다.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다. 경청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하려고 한다.

-개인정보 건으로 고소는 어쩌다 당한 것인가.

처음에 (글을) 올릴 때 그냥 다 공개했었다. 이메일 내역, 실명 등이 다 공개됐었다. 그때 이 글을 오후에 올렸었는데 당일 오후 6시 반쯤에 김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름 등 개인정보를 지워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처음에 지워달라고 했던 문자 하나만 캡처해서 그걸로 고발을 했다. 지우라고 했는데 안 지웠다는 걸로 경찰에 (자기를) 넘겼고 변호사까지 대동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

LG 측의 공식적인 접근은 없었다. 이용선 의원실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고 신경 쓰는 건 언론과 정부밖에는 없는 것 같다.

-LG생활건강의 제품과 프링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특허가 있다. 이 액상형(타투를 입힌 후 코팅하는 용도)을 사용해서 하는 거는 특허가 그냥 포괄적으로 걸려 있다. LG생활건강은 액상을 피해야 하니까 파우더 타입으로 바꾸고 파우더 타입으로 바꾼 다음에 이걸 다시 코팅할 수가 없으니(파우더를 다시 문지를 수는 없으니) 그 위에다가 밤 타입으로 다시 바꿨다. 문제는 파우더, 밤을 저희고 고민했다가 포기한 선택지였는데 이유는 위생 문제가 있고 흑인 피부에 안 맞기 때문이다. 쓰이는 잉크도 다르다. 저희는 ‘안료’이고 LG생활건강은 ‘염료’다. 안료는 방수지만 염료는 물에 닿으면 흘러내린다. 밤으로 두껍게 바르지 않는 이상은 땀이 나면 지워진다.

-주장대로 LG생활건강이 아이디어를 베낀 거라면 긴 시간이 걸리는 이 작업을 왜 했을까.

대기업 생태 문화가 있다. 나도 직장 생활을 대기업에서 11년을 했는데 보통 자기 KPI와 업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른 쪽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가져와서 하는 걸로는 자기 성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오롯이 내 프로젝트여야 한다. 또 화장품과 전자 업계는 다르다. 화장품 업계는 제품을 가져와서 납품하는 구조로 사실은 브랜드를 판매하는 업종이다. 협업 구조가 아닌 납품 구조의 상하 관계로 돼 있다. 같이 투자하고 공동 개발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고 들었다.

-이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사실 우리로서는 국내 1위 대기업하고 끝까지 싸워봐야 좋을 게 없다.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3년이 넘게 걸리고 끝이 언제 날지도 모르는 싸움이고 더군다나 국내법상 그때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듯이 나올 수 있는 게 시정 권고다. 말 그대로 강제도 아니고 권고 사항인데 안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니까 과연 이 권고 사항을 받아내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인가 물으면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다 똑같이 답할 것이다. 결국에는 이게 어떻게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저희 같은 경우도 사실 제일 처음에 이 사건에 대해서 언론에 다 공개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은 했지만 행정조사나 그다음 단계로는 요청을 안 했다. 오히려 중기부에서는 행정조사 접수를 넣어달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신청해달라고 했었는데 안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넘어가면 완전히 싸우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데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소를 진행한 상황이니까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처음 LG생활건강의 기술 탈취를 인식하게 된 그 시점에 심정은 어땠나.

올 게 왔구나 했다. 근데 과연 얘네가 지금 현존하는 자기네 기술로 개발이 가능할까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만 가진 기술이 몇 개 있다. 특히 여기 안료 잉크 같은 경우는 전 세계에서 우리만 양산할 수 있다. 우려가 됐다. 이 기업이 분명히 이거 못 만드는데 그러면 차선으로 지금 무슨 비건 염료라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염료 잉크를 갖다 쓸 거라고 생각이 됐다. 그때부터 예상은 됐었다. 염료 잉크를 쓰게 되면 이게 번져서 흘러내릴 것이고 나중에 처음 이런 제품을 본 사람은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다. “이거 내가 해봤는데 대기업에서 나온 제품도 그 정도밖에 안 됐어.”

-LG생활건강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G생활건강이) 언론을 대상으로 자꾸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 “사업을 방해한다”고 하고 있다. 근데 과연 우리가 쓴 여기 입장문에서 베꼈다는 얘기는 인정 못하겠다고 하면 여기 사실관계로 저희가 적시한 내용 중에서 과연 그럼 틀린 거기서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딘지를 찍어달라고 한번 해보고 싶다. 궁금하다. 일자별로, 사건별로 정리돼 있는데 과연 거기서 어느 부분을 허위라고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상생하겠다, 상생을 원한다고 하면서 고소는 대형 로펌을 두 군데 써서 각각 넣고 그러는데 이게 과연 상생을 원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특히 이렇게 대화에 나서는 모습도 전혀 없는데 오히려 약자가 상생을 원하니까 같이 보자고 계속 대응을 해야 하는 건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있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입법은 이미 돼 있다고 하더라. 근데 계류 중이다. 법이 통과가 안 되고 있고 처벌 규정,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라고 하더라. 특허청조차도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 제도적으로 정비되지 않으면 권고 사항으로만 끝나는 행정 조치 아니냐.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도 피해자가 직접 찾아와야 한다. 상대방이 우리 기술을 베낀 정황 증거를 비롯해 모든 증거를 저희가 찾아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기술 지원 사업은 엄청 진행하는데 실제로 이 기술이 개발된 후에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그래서 테크 기반의 스타 유니콘이 한국에는 없다.

 

 

*상기 내용은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의 주장과 증거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해당 분쟁과 관련한 이해 관계자의 이견이 있을 경우 ‘천지일보’로 관련 자료 및 입장 표명을 전달해 주기 바랍니다. 아울러 기술 및 아이디어 도용과 관련된 모든 기업의 제보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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