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에 미조치 61.3%
괴롭힘·야근·징계 순으로 많아

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에 신고한 A씨는 인사과에서 가해자와 분리해준다며 재택근무를 지시해 1년 넘게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인사과에서는 특별한 조치가 없었고, 조사 중이는 언급과 함께 인사위원회에 나와 진술을 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째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A씨는 가해자인 팀장과 여전히 분리되지 않아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팀장은 보복성으로 연봉동결, 평판 하락, 타 부서 전환배치 불가능 등 2차 가해를 저질렀고 인사과에서는 이를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절 133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 10개월이 지났는데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며 야근에 시달리다가 징계․해고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괴롭힘을 받는 10명 중 6명은 신고를 해도 조사·조치 의무가 이뤄지지 않아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지체없이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63.9%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경험이 ‘있다’가 33.3%였다.

지난 1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직장갑질119 이메일로 들어온 부당한 처우 제보는 총 607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 372건(61.3%)으로 가장 많았고, 노동시간․휴가와 징계․해고가 각각 168건(27.7%)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임금 139건(22.9%), 근로계약 88건(14.5%), 젠더폭력 55건(9.1%), 근로감독관 제보 46건(7.6%) 순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제보된 372건을 유형별로 보면 ‘따돌림·차별·보복’이 196건(52.7%)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폭언’ 159건(42.7%), ‘부당지시’ 125건(33.6%), ‘모욕·명예훼손’ 110건(29.6%), ‘업무외 강요’ 31건(8.3%) 순이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372건 중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 건수는 163건이었다. 이 중 근로기준법 제 76조의 3에 명시된 ‘조사․조치의무’를 위반한 건수는 107건으로 65.6%를 차지했다. 신고된 3건 중 2건은 ▲인지 즉시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고 건수의 절반에 가까운 75건(46.0%)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조치의무 위반은 최대 500만원 과태료,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고 해서 1000여명이 증원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불법야근, 임금체불, 부당징계, 육아휴직 등 노동법 위반으로 3회 이상 신고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노조, 노동사회단체, 노동자가 근로감독을 요청한 경우나, 노동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피해사례를 선정해 실시하는 기획감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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