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 충북 옥천 유채꽃 단지

한달간 열리는 첫 봄꽃 축제
금강 둘러싼 천혜의 봄 풍경
군민 나서 9만㎡ 잡초 뽑아
‘향수’의 시인 정지용 기념한
국내 대표 문학축제 ‘지용제’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오는 22일 개막하는 가운데 최근 시민들이 옥천 금강 수변 친수공원 유채꽃밭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오는 22일 개막하는 가운데 최근 시민들이 옥천 금강 수변 친수공원 유채꽃밭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아무도 안 쓰던 죽은 땅을 이렇게 노란 유채꽃밭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옥천군민들의 정성이 함께 심겨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오는 22일 개막하는 가운데 시민 서정철(가명, 30대, 남)씨는 친구와 함께 미리 옥천 친수공원을 찾았다. 서씨는 “작년도 유채꽃을 보러 왔는데 올해는 축제로 열린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본지가 최근 찾은 금강을 둘러싼 옥천 금강 수변 친수공원 유채꽃 단지는 어느덧 노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상춘객들로 북적이던 유채꽃 단지에 옥천군이 올해 새 단장에 나선다. 군은 오는 22일부터 5월 14일까지 제1회 축제를 개최한다.

현대 시(詩)의 선구자 정지용 시인을 기념하는 ‘지용제’도 매년 가을 열린다. 충북도 지정 5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옥천군의 자랑이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노래한 그의 시구처럼 옥천에 펼쳐진 산과 물의 풍광은 나들이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버드나무 드리운 봄꽃 산책로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옥천 금강수변 유채꽃단지 전경.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옥천 금강수변 유채꽃단지 전경. ⓒ천지일보 2023.04.20.

세종시에서 이곳을 방문했다는 시민 김상진(가명, 50대, 남)씨는 “매년 유채꽃 단지를 찾는다. 사진을 찍기에 참 좋다”고 했다. 산책로 주변으로 핸드폰으로 지인들과 추억을 남기는 상춘객부터 DSLR 카메라를 들고 모인 사진동호회 회원들도 여럿이었다. 화사한 꽃뿐 아니라 곳곳의 버드나무와 S자로 굽이진 산책로는 봄꽃을 풍성하게 꾸며주고 있다. 아울러 강 건너로 펼쳐진 올목마을의 집들과 수목들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상춘객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상춘객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옥천 친수공원은 옥천IC에서 15분, 금강유원지에서 10분 걸려 접근성이 좋다. 이에 지난 2020년 유채꽃 단지가 조성된 이후 올목강변을 둘러싸고 수백 대의 캠핑카가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병풍처럼 드리운 산맥과 금강의 너른 풍경은 캠핑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벚꽃이 진 아쉬움을 달래며 유채꽃을 보러 이곳에 방문한 상춘객들만 한해 10만명에 달한다.

올해 축제를 위해 군은 지난해 가을 8.3㏊ 면적에 1000㎏의 유채종자를 파종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올해도 노란 유채꽃이 활짝 펴 버드나무와 함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데크와 전망대, 포토존 등 쉬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군은 축제 부스도 운영할 계획인데, 지난해 부스에서 준비했던 옥천 친환경 먹거리·농산물이 인기가 많았던 만큼 올해도 농가 판로를 확대하고 관람객들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버려진 공간서 싹튼 자연 쉼터

지난해 만개한 유채꽃단지의 꽃들. (옥천군 제공)
지난해 만개한 유채꽃단지의 꽃들. (옥천군 제공)

지금은 노란 물결을 이룬 옥천 금강 수변 친수공원은 침수로 인해 땅이 꺼지고 잡초만 무성한 공간이었다. 지난 2011년 4대강 사업을 하며 설립된 공원이지만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이후 옥천군민들은 머리를 맞대 9만여㎡의 땅을 고르고 트랙터로 잡초를 뽑아냈다. 2018년 봄 유채꽃이 피어났고 2019년 동이면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지역명소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상춘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채꽃 단지에 또 한 번의 아픔이 찾아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였다. 상춘객들이 연이어 방문하자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

당초 군은 제1회 유채꽃 축제를 열기로 하고 단지에 900㎏에 달하는 씨앗을 파종한 상태였다. 결국 봄날 절정을 이룬 유채꽃들은 감염 우려 속에 전부 뽑혔다. 죽은 땅에서 다시 한번 새 생명을 싹 틔운 결실이기에 상춘객들에게 올해 축제소식은 더욱 반갑다.

◆문학축제 ‘지용제’로 오감 만족

지난해 지용제 경관 전경. (옥천군 제공)
지난해 지용제 경관 전경. (옥천군 제공)

대한민국 대표 문학축제로 손꼽히는 옥천군의 ‘지용제’도 올해 36회째를 맞아 오는 9월 7~10일 열린다. 옥천군 지용생가 등 구읍 지역 일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는 경관 조성을 통해 즐겁고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가미한다. 축제에서 고향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향수’의 시인 정지용 시혼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옥천군 출신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시인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깊이 있게 표현한 문학가로 잘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에 그는 친일시인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으며 해방 후에는 ‘동족상잔의 비극 6·25’로 월북 시인으로 낙인찍혔다. 이에 정지용 시인의 저서는 판매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정지용 시인이 다시 국민 품으로 돌아온 건 1988년 제24회 하계 올림픽이었다. 같은해 4월 1일 시인들과 문학인, 그의 제자들이 모여 지용회를 발족, 옥천군에서 ‘제1회 지용제’를 5월에 시작했다. 이에 정지용 시인은 그 생애가 역사의 굴곡과 꼭 닮아있다고도 평가받는다.

군은 올해 문학프로그램를 운영하면서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방문객에게 흥미로운 체험과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굴, 가족 단위 체험객 유치에 나선다. 너른 자연 풍광처럼 아름다운 시와 노래, 예술혼이 펼쳐진 옥천에는 이처럼 즐길 맛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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