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출범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촉구
“현행법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낙찰꾼’, 피해 세대들 노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인천에서 이른바 ‘미추홀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18일 출범과 함께 경매 중단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 ▲전세가격(보증금) 규제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이들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 실패가 있다”며 “악성 임대인·공인중개사, 금융사와 보증기관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세 살라’는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 이를 통해 돈을 버는 투기 부양책이 주거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현행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책 만드는 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그거 기다리다 3명이 죽었다. 그래서 경매를 중지시켜달라는 것”이라며 울먹였다.

안 위원장은 이어 “어떤 대책보다도 경매 중지가 가장 시급하다”며 “‘낙찰꾼’들이 경매 넘어간 피해 세대들을 노리고 있다. 특별법을 통한 피해 구제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경·공매부터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또한 대책위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전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현행 제도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며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또는 공시가격의 10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가입을 위한 보증금 요건도 같은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전세가율을 규제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1인 시위,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및 집회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 인천 ‘전세사기’ 1천세대 경·공매 돌입

인천 지역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아파트와 빌라 1000세대 이상이 이미 경매나 공매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된 34개 아파트·빌라의 1787세대 가운데 경매·공매에 넘어간 세대는 1066세대(59.6%)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6세대는 이미 절차가 끝나 매각됐고, 261세대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불과 4개월 전과 비교해도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18일 국토교통부 간담회에서 공개된 미추홀구의 경매 피해 세대는 19개 아파트의 651세대로 당시 경매에 낙찰돼 매각된 집은 6세대(0.9%)에 불과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가 진행돼 낙찰되면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며 경매 중단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

피해자 대책위는 지난해 11월 출범 직후부터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민사소송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매가 진행된다면 피해자들은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며 피해 세대의 경매 중지·연기에 대한 행정명령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가 경매 중지와 관련해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피해 세대는 하나둘 경매에 넘어갔다. 대책위 측은 대책위 미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 세대 3079세대 중 2083세대(67.6%)가 경매에 넘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천=연합뉴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특히 대책위가 무작위로 431세대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132세대(30.6%)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보장받는 최우선변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증금마저 떼인 피해자들은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하면 당장 매수자에게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측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자 인천본부가 관리 중인 미추홀구 주택 경매 210건 가운데 51건의 매각기일을 변경 신청한 상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당장 4∼5월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대들이 있는데 낙찰자를 만났더니 ‘이사비 50만원 줄 테니 빨리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피해 세대들의 경매를 중지하고 이를 소급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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