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여백에 영토 역사 등 담은 최초 사례
보급과정에서 변용된 형태로 추정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언론에 공개했다. ⓒ천지일보 2023.03.30.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언론에 공개했다. ⓒ천지일보 2023.03.30.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환수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가치가 매우 큽니다. 몸은 ‘대동여지도’이고, 머리는 ‘동여도(東輿圖)’ 같습니다.”

일본으로부터 환수된 대동여지도에 대해 김기혁 부산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환수된 지도는 목판본인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동여도’의 주기(註記: 지도의 여백에 영토의 역사, 지도제작법 등을 적은 것) 내용을 필사해 보완한 최초의 사례”라며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용된 형태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동여도’ 품은 ‘대동여지도’, 일본서 환수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를 언론에 공개했다. 해당 유물은 소장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존재가 확인됐다. 정보 입수 이후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수차례에 걸친 재단의 면밀한 조사, 관계자 간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올해 3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대동여지도(전체 펼친 모습)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대동여지도(전체 펼친 모습)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대동여지도’는 조선의 지리학자이자 지도 전문 출판자인 김정호(金正浩)가 1861년에 처음 제작·간행하고, 1864년에 재간한 22첩의 병풍식 전국 지도첩이다. 전시실 안쪽에는 대동여지도가 펼쳐져 있어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1864년 제작된 목판본에 가필, 색칠하고 ‘동여도’에 기술돼 있는 지리 정보를 필사(筆寫)해 추가한 것으로 ‘동여도’와 ‘대동여지도’가 하나의 지도에 담겨져 있다. 이처럼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기존에 알려진 지도와는 차이가 있어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대동여지도(전체 23첩)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대동여지도(전체 23첩)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저본(底本)으로 삼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선전도다. 조선시대의 교통로와 군사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 8000여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려 있는 채색 필사본이다. 이에 반해 알려져있는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새겨야 하는 한계 때문에 많은 지명들과 주기(註記)가 생략돼 있다.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총 23첩(목록 1첩, 지도 22첩)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동여도’의 형식을 따른 것이다. 일반적인 ‘대동여지도’는 목록이 따로 없으며 22첩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120리 간격으로 구분해 22층을 만들고, 각 층을 병풍식으로 접을 수 있는 첩으로 만든 것은 ‘동여도’와 ‘대동여지도’가 같다.

‘동여도’와 환수된 ‘대동여지도’ 목록첩 비교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동여도’와 환수된 ‘대동여지도’ 목록첩 비교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3.30.

가장 주목할 것은 ‘동여도’의 주기 내용이 대부분 필사돼 상세한 지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백두산 일대가 묘사된 제2첩의 경우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백두산정계비’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필사돼 있다. 또한 울릉도 일대가 묘사돼 있는 제14첩에는 ‘대동여지도’에는 기재돼 있지 않은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의 내용이 필사로 적혀 있다.

또한 강원도 삼척부와 울릉도가 다른 판본은 총 2면에 걸쳐 인쇄했지만,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1면에 삼척부 근해를 담아냈다. 이 또한 ‘동여도’의 형태와 동일하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언론에 공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왼쪽에서 세번째), 김기혁 부산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환수된 ‘대동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30.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환수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언론에 공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왼쪽에서 세번째), 김기혁 부산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환수된 ‘대동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30.

◆"질문 많이 던질수록 지도 가치 커져”

김 명예교수는 “우리는 대동여지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도의 질이 깨끗하고 나쁘고의 차이를 보는 게 아니라, 지도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는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 알려진 대동여지도는 총 35점이지만 보물로 지정된 지도의 수는 매우 적다. 2008년 고지도를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학회가 만들어졌지만, 대동여지도에 대한 보물 지정은 충분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명예교수는 “이번 대동여지도 환수를 계기로 잠시 멈췄던 (대동여지도) 보물 지정이 다시 실행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학자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