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
디지털산업 新강자로 떠오르는 세르비아
가상화폐 합법화 후 블록체인사업 허브로
글로벌기업 블록체인사업 투자 유치 활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정승자 기자] 오랜 전쟁과 내전으로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던 남동유럽 국가 세르비아가 디지털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가상화폐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권 모씨가 세르비아에서 가상화폐를 현금화했다는 소식 이후 세르비아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한국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도 이런저런 이유로 시행하지 못한 가상화폐 통화 정책이 디지털 후발주자인 세르비아에서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천지일보는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네마냐 그르비치 대사를 만나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디지털, 단연코 현대화하고픈 분야”

그르비치 대사는 가상화폐 합법화는 세르비아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산업 육성 의지의 하나임을 피력했다. 그르비치 대사는 “세르비아가 단연코 현대화하고 싶은 분야가 디지털 분야”라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지난 5~6년간 가상화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세르비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세르비아 정부의 가상화폐 합법화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로 인한 각종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관련 기술을 국가 경제발전의 토대로 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실제 세르비아 정부가 2021년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선도적으로 합법화하면서 세르비아는 가상화폐뿐 아니라 블록체인 개발 산업의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지털 세르비아 이니셔티브(DSI)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약 1억 달러로 전체 스타트업 투자금액의 74%에 달한다. 세르비아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세르비아는 한국으로부터 많은 기계 부품, 전자 제품, 케이블 등을 수입한다. 여러 유럽국가와 국경을 마주하는 세르비아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세르비아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완성차를 만들어 유럽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그르비치 대사는 “한국이 IT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면서 “삼성, SK, LG, 현대 등 굴지의 한국 대기업들이 세르비아에 진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도 베오그라드로 휴가 오세요”

그르비치 대사는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인들에게 세르비아의 수도이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베오그라드를 강력히 추천했다. 세르비아는 북서쪽으로는 크로아티아, 서쪽으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서쪽으로는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 남쪽으로는 마케도니아, 동쪽으로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북쪽으로는 헝가리와 경계를 이룬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주변국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 왔다.

수도 베오그라드는 이런 세르비아의 유구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르비치 대사는 베오그라드 관광명소로 ‘베오그라드 요새(Belgrade Fortress)’라 불리는 칼레메그단을 추천했다. 이곳은 사바강과 도나우강이 만나는 지점에 건설됐으며, 전략적 요충지로 오랜 시간 동안 건설과 파괴를 반복해 왔다. 또 다른 명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정교회 중 하나인 성 사바 성당 방문을 적극 추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세르비아에도 파고든 한류 열풍

부임한지 2년여가 된 그르비치 대사는 한국 문화에 진심이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의 곳곳을 다니면서 음식을 맛보고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를 만난 날도 직전 주말에 춘천을 방문해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다고 했다. 그르비치 대사는 BTS의 ‘Fire’를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 중 ‘서른, 아홉’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드라마 ‘서른, 아홉’은 한국 사회의 형제, 친구, 연인 간 정서적 관계에 대해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고 강조했다.

그르비치 대사는 과거 코소보 전쟁으로 인해 일부 한국인이 세르비아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세르비아의 역사를 이해하고 세르비아를 직접 방문해보면 많은 것을 공감하고 세르비아의 매력에 매료될 것”이라며 한국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희망했다.

한국도 동족상잔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디지털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세르비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런 역사적·문화적 이해와 협력이 양국 발전에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 중구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주한 세르비아 대사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네마냐 그르비치 주한 세르비아 대사. ⓒ천지일보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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