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사무처 폐지 가닥

“다양한 논의… 확정된 건 없어”

“연락사무소 자체는 대상 아냐”

‘자유’라는 가치 강조한 통일교육

북과 ‘대화’ 더 멀어질 가능성도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북공동연락사무소(파주=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왼쪽)와 부서진 개성공단지원센터(오른쪽).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북공동연락사무소(파주=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왼쪽)와 부서진 개성공단지원센터(오른쪽).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남북 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북 문제를 총괄하는 통일부가 또다시 조직개편 검토에 들어가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를 없애고 교류협력실은 축소하며 북한 인권 담당 조직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 대화보다는 대결에 방점이 찍힌 개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또 조직 개편

통일부는 1일 “남북관계 등 업무환경 변화에 대해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방향에서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조직을 폐지하고 사무처가 수행하던 대북 연락기능은 남북회담본부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효율성을 이유로 사무처 직제를 운영부·교류부·연락협력부 등 3개 부에서 운영교류부·연락협력부 등 2개 부로 줄였는데, 이번에는 아예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북 민간교류를 담당하는 교류협력실을 실 승격 3년만에 다시 국으로 축소하고 교류지원과 등은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신 북한 인권과 탈북민 정착지원 등을 담당하는 인도협력국은 북한 인권 담당 조직을 강화해 ‘실’로 격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놓고 행정안전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며 “현재는 특정 부서를 폐지하거나 신설하는 안이 확정된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통일부 조직개편은 올해 1월 윤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가 기폭제가 됐다.

◆통일부 조직개편 배경은

통일부는 조직개편 방향이 얼어붙어 있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북한과 대화보단 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4.27 판문점 합의로 같은해 9월 개성공단에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사무처를 폐지하려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해져 이 같은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물론 개소 당시와는 달리 북한이 대북전단에 반발해 2020년 6월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이후로는 하루 두 차례 단순 연락기능만 유지해 온 수준이지만, 통일부의 유일한 남북 소통 창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 또한 간단치가 않다는 평가다.

당장 통일부가 연락사무소 사무처는 개편 대상일 수 있지만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연락사무소 자체는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2일 밝히고 나선 이유다. 또 “남북 간 연락 기능을 지속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도 했는데,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즉각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미중 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국 내 여건상 북미‧남북 간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한 채 상황 관리에만 주력하고 있는 현실과 윤 정부의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 기조와 맞물린 개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분간 남북 간 긴장 국면이 풀릴 기미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한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일각에선 윤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남북 간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을 전망이다.

◆통일교육도 평화보단 ‘자유’ 강조

남북 간 대결 구도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건 통일부의 통일교육 기조에서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일부 통일교육은 ‘평화’를 강조했던 전임 정부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권위주의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북한과 공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당장 흡수통일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자유민주주의 원리가 우리 헌법상 최고의 가치지만 남북 간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통일교육 기조의 중심축을 전환하려 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평화통일이 궁극적 목표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일각의 관측조차도 제기된다. 각기 정권마다 진영‧이념 간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막대하게 치르고 있는 형국인데, 실제로 평화를 중심에 둔 전임 정부의 통일교육도 “이념 편향적이고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며 강경 보수층 등 세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직까지 통일부 산하 국립통일교육원이 이달 6일까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연구용역 수행자를 공모하는 과정이지만 이는 윤 정부가 강조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한 ‘통일관’ 정립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임은 분명해 북한과의 대화 여지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통일정책의 전반도 바뀌는 모양새인데, 통일부는 올해 7대 핵심추진 과제로 자체 ‘올바른 통일관·대북관 정립’을 발표했다. 이번 통일교육원의 연구용역 공모도 이런 정책과제 수행과 맞닿아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앞서 지난 1월 윤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둔 통일교육을 추진하겠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평화통일, 보편적 인권 등 헌법적 가치를 통일교육 과정과 통일교육 교재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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