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로에서 서로 고속 돌진
사망자 최소 40명·부상자 85명
“인력·신호 일부 수동” 원인도
교통장관 ‘사망자 추모’ 사퇴

​1일(현지시간)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구조대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이날 밤 자정에 근접한 시각에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 충돌해 일부 차량이 탈선하거나 불이 붙었다. 열차 충돌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85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신화,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구조대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이날 밤 자정에 근접한 시각에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 충돌해 일부 차량이 탈선하거나 불이 붙었다. 열차 충돌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85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신화,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그리스 중부에서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달리다 정면충돌한 원인이 역장의 선로 변경 실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정 그리스 아테네 발 여객열차와 북부 테살로니키 발 화물열차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충돌해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8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두 열차가 충돌하기 전 수 킬로미터를 한 궤도에서 시속 160㎞(100 마일)에 달하는 속도로 달리다 정면충돌해 기차가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여객열차 일부는 탈선하면서 화재까지 발생해 피해를 더 키웠다.

AP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열차에 탑승한 인원은 승객 342명과 승무원 10명으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최대 6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인명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철도노동조합은 두 열차의 운전사 2명씩을 포함한 승무원 8명도 숨졌다고 밝혔다.

그리스 당국은 선로 운영의 책임이 있는 열차의 직전 정차지인 라리사역의 역장을 체포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를 담당하는 지역 역장은 과실로 대형 사고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역장은 열차사고가 기술적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어떠한 책임도 부인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리스 ERT방송 및 현지 언론은 “라리사역 부근에서 열차 정체 현상이 일어나 역장이 해당 여객열차에 선로 변경 지시를 내린 것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이다. 우리의 마음은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한다”고 유족을 위로하며 “이 비극의 모든 것은 불행히도 주로 인간의 실수를 지적한다.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역대 최악의 참사라는 충격 속에 3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해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를 올리도록 했다.

하지만 그리스철도노조는 철도 운영에 대한 만성적인 관리 태만이 사고 원인이라며 이에 항의하는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직원 증원, 자원 부족, 특히 현대적 안전기술 도입 등 만성적 결함 개선을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제안서는 항상 휴지통에 버려졌다”고 비판했다.

니코스 치칼라키스 노동조합 대표는 “아직 매우 이르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하려면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처음에 최소 2100명을 고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약 750명의 근로자가 고용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인 야니스 디타스는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까지 신호 시스템의 일부만 완성됐고 나머지는 수동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디타스는 국영 TV에 “우리는 적어도 지난 25년 동안 그것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부 장관도 사임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사임이) 억울하게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의미”이며 “2019년 임명 당시 21세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프라를 인수한 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리스 철도 서비스의 일부는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십억 유로 구제금융 패키지에 따라 2017년에 민영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인 카니발 축제가 끝난 직후여서 대학생 등 특히 젊은 층 다수가 사고를 당했다. 당국은 열차 충돌로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이들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57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 6명은 중태다. 애초 입원자 가운데 15명은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승객 200여명은 다치지 않거나 가벼운 상처를 입어 버스를 타고 테살로니키로 이동했다. 그리스 경찰은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실종자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에서 발생한 기존 최악의 열차사고는 1968년 남부 펠로폰네소스에서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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