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속 馬
천마, 하늘과 교통하는 존재 “청마, 만물 소생 春 상징”

불교 속 馬
부처 출가 막은 말 ‘칸타카’ 인간으로 환생, 깨달음 얻어

기독교 속 馬
성경 속 네가지色 말 등장 靈과 靈이 들어쓰는 육체

[천지일보=박준성ㆍ강수경ㆍ정현경 기자] 2014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갑오년(甲午年), 청마의 해이다. 주역에서 갑(甲)은 오방색 중 푸른색(靑)에 해당하고, 오(午)는 12간지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馬)에 해당한다.

청마는 ‘약진’의 의미가 있어 길하다고 여겨졌으며, 격암유록에 ‘오미락당당(午未樂堂堂)’이라 해서 말띠와 양띠해가 되면 집집마다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기록돼 있어 용띠 해와 뱀띠 해를 지나 맞은 2014년 청마의 해는 대운을 갖는 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말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가축이다. 사람들은 야생의 말을 길들여서 교통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두려움이 많은 말을 훈련시켜 전장에서도 싸우게 하는 등 가축 이상으로 보살피며 서로 교감을 나누었다.

◆신화 속에서 제왕 출현의 징표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말을 신성시 했다. 신화 속에서 말은 제왕 출현의 징표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신라의 신화 또는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천마는 하늘과 교통하는 신성한 영물로 취급됐다. 삼국유사의 신라 시조 박혁거세 신화에서, 혁거세는 말이 전해 준 알에서 태어났다. 또 마을과 고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겼다.

권오흥 전 석전교육원장은 “말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생동감과 역동성이다. 이 같은 하늘로부터 받은 기운을 사람들이 간파해서 인류사에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마에 대해 “‘푸르다’는 것은 봄을 말한다. 사람으로 보면 청년기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다. 설화에는 천자가 청마를 타고 동쪽 집에 거하는 등의 내용이 있다”며 “청마의 해라는 의미 속에는 봄의 기운이 싹트는 희망적인 한 해가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전 원장은 “고전에 말의 역동성 등을 살펴보고, 용마(龍馬)라고 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군왕을 상징했다”며 “용마라 함은 말을 성물로 보고 신성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족은 동물들을 (주역) 12지로 나누어 상징성을 부여해 우리 생활에 문화, 사상, 언어화했다”면서 “그중에 말은 가장 지혜롭고, 속도를 통해 전장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며, 승패를 좌우했다. 또 소식을 알리는 영물이었다”고 덧붙였다.

◆사람과 같은 불성을 가진 존재

불(不)살생을 강조하는 불교에서 말은 사람과 같은 불성을 가진 존재로 여겨진다. 이에 불교경전 속에도 말과 사람을 동등하게 여긴 설화나 부처의 말씀이 여러 군데 나온다. 특히 부처가 싯다르타 태자시절 아꼈던 백마 칸타카(Kanthaka, 건척)는 ‘불본행집경’ 등 불교 경전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준마(駿馬)였다.

칸타카는 싯다르타가 고통 받는 인간들을 근본적으로 해방시킬 길을 찾기 위해 고뇌하다가 출가를 결심하고 가족과 성을 떠날 때 싯다르타를 마지막까지 배웅했다. 싯다르타가 출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해 가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가 ‘나고 죽음에 윤회하던 것 이제야 끊으련다. 칸타카야, 나를 도와다오. 도를 얻으면 너를 잊지 않으리라’라는 게송을 불러 마치 사람처럼 설득을 했다. 주인을 잃은 칸타카는 성으로 돌아와서 싯다르타가 출가한 동쪽 문 앞에서 죽고 만다. 경전에 따르면 칸타카는 나중에 브라만 계급의 인간으로 환생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침 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종종 사람의 행동을 말에 비유한다. 법구경 ‘도장품’에는 ‘세상에 혹 어떤 사람이 부끄러워할 줄을 능히 안다면 권유 할만한 사람이라 하리니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하듯 또한 훌륭한 말에 채찍질하듯 도에 나아가되 멀리 가게 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치 말에 채찍을 가하듯 사람에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채찍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적경에서 부처는 ‘아난아, 이 세상에는 네 가지 종류의 말이 있느니라. 채찍을 휘두르는 그림자만 보아도 내달리는 말이 있고, 채찍이 털끝을 스칠 때 달리는 말이 있고, 몸에 채찍이 떨어져 아픔을 느낄 때 달리는 말이 있고, 아픔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아프게 때려야 비로소 달리는 말이 있느니라’라고 기록돼 있다.

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감로사 주지)은 “말은 오랜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친근한 가축 가운데 하나”라며 “신화시대에는 신성하게 여겨 숭앙되었고, 그 날렵한 민첩성과 용맹스러움 때문에 숱한 전쟁터를 누볐으며, 교통과 운송수단으로서 우리 인류의 발달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교적 입장에서 말은 사람과 같은 불성을 가진 불성체로 보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 속의 말 ‘사명자’ 빗대어 표현

기독교의 경서 성경에도 말이 등장한다. “내가 또 눈을 들어본즉 네 병거가 두 산 사이에서 나왔는데 그 산은 놋산이더라 첫 째 병거는 홍마들이, 둘째 병거는 흑마들이, 셋째 병거는 백마들이, 넷째 병거는 어룽지고 건장한 말들이 메었는지라(슥 6:1~3)” 스가랴 6장에 보면 홍마·흑마·백마와 어룽지고 건장한 말이 나오는데 이 말들은 하늘의 네바람(슥 6:5)으로 온 세상의 주 앞에 모셨다가 나가는 존재라고 한다.

이 말들은 또한 요한계시록 6장에도 등장하는데 흰 말, 붉은 말, 검은 말, 청황색 말로 약간 다르게 표현돼 있다. 히브리서 1장 7절에 천사들을 바람이라 하였으니 스가랴와 요한계시록 6장에 등장하는 말들은 다름 아닌 천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계시록 6장에는 말과 그 탄자가 있으니 보이지 않는 영은 육을 들어 역사한다는 말처럼, 말은 육계의 사명자라고 할 수 있다. 계시록 6장에는 하나님과 예수님에게 속한 말(사명자)이 등장하지만 계시록 9장에는 마귀 소속의 말(사명자)도 등장한다.

이렇듯 성경에서는 하나님 소속의 영계와 육계의 사명자, 혹은 마귀 소속의 존재를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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