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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동양이 망하지 않는다’는 동양증권 직원의 말만 믿고, 70평생 번 전 재산 13억 원을 투자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분산투자를 하지 않은 건 내가 내 발등 찍은 것이지만,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전천대자(73, 여) 씨의 말이다. 전 씨와 같은 개인투자자 2000여 명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 모임인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전국의 5만여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동양그룹의 사기행위와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및 사실상의방치행위에 대해 강력히 성토한다”며 이날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서는 동양그룹 경영진에 대한 비판은 물론,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비대위 위원장은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STX, LIG, 웅진이 무너졌을 때도 앞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었다”며 “우리가 금융 잘 모른다고 우습게 보는 것인가. 서민 하나 발로 밟으면 죽겠지만, 개미들이 뭉치면 코끼리도 잡아먹는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관계자는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계획된 사기사건이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이미 6개월 전부터 부실 징후가 있었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를 알면서도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때 동양증권 직원들이 그룹의 재무상태가 위험하니 상품 가입에 신중하라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우리 모두는 여기 나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천대자 씨도 “금감원이 동양그룹의 부당한 행태를 알고도 묵인해줬다는 것이 억울하다. 관리감독을 잘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회도, 대통령도 (피해자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며 오열하다가 실신하기도 했고, 한 참석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피해 사연을 호소하다시피 털어놓은 후 “정계·법조계 등은 제발 피해자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봐달라”며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집회에 모인 2000여 명은 시위 중간에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시민 보상하라’ ‘동양그룹 금융사기 국민들은 피 토한다’ ‘한푼두푼 모았더니 파렴치한 되버렸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양그룹과 금감원을 규탄했다. 시위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한 50대 여성 피해자는 “기존에 살던 집이 부동산 불경기로 팔리지 않아,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5년 이상 거래한 동양증권에 믿고 맡겼다. 직원은 ‘안전한 상품이다. 동양시멘트는 부도가 날 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제주지점 여직원이 목숨을 끊은 일을 통해 우리가 사기 당했음이 드러났다. 이번 달 30일 입주금을 내지 못하면 가족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오열했다.

그는 “급한 마음에 금감원에 탄원서를 냈지만 무조건 기다리라는 말밖에 없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각성해야 한다. 또 살릴 수 있는 기업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동양증권 사장은 우리가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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