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리가 있으니 병역과 입시 비리다.

위험한 군 복무를 달가워하는 청년이나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할 수만 있으면 군 면제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도피, 신체훼손, 정신질환까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한 수법은 날로 교묘해진다. 최근에는 뇌전증 진단을 받은 연예인이 병역비리로 입건되기도 했다. 병역비리에 손을 대는 입영 대상자도 고위 공직자 자녀와 유명인뿐만이 아니다. 병역비리는 이른바 ‘신의 아들’을 향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며 국민적 공분을 안긴다.

병역비리가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국한 된다면, 입시비리는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수험생 전체를 우롱하는 범죄로 여겨진다. 얼마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그간 조국 전 장관 부부가 자녀 입시 과정에 저지른 비리 대부분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들의 지위와 인맥을 악용해 이뤄진 것 중 상당수는 그즈음 금수저들은 어쩌면 당연하게 자행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더 충격을 줬다. 실제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던 2019년 하반기 국립대인 전북대에서도 입시 비리가 터진 적 있다. 현직 교수가 두 자녀를 본인 논문의 공저자로 올려 입시에 활용했다가 들통이 나서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이 컸지만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야무야됐다.

여전히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과 미래를 보장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인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녀 입시를 위한 온갖 투자를 다하는 게 대한민국 부모들이다. 대부분 특별한 인맥도 없고 경제적인 여력도 그리 크지 않지만, 자식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 입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자신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허위 스펙을 만들어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켰다는 사실은 상대적 박탈감과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뒤늦게라도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공정성’이 가장 담보돼야 할 입시환경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공정과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자들을 일벌백계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유사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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