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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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 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민생을 옥죄고 있다. 수출 감소와 내수시장의 위축, 그리고 에너지난 등 여러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부동산 시장은 투기 광풍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주택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승을 가져왔었다. 수없이 쏟아졌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 앞에서 무용지물로 변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발 금리인상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투기의 광풍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만의 한파는 사람들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런데 국민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엄청나게 늘어난 난방비 부담이다. 전기, 가스 등 각종 공공요금이 급속하게 오르면서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를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도 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공요금의 혜택을 받고 살았던 국민에게 상황의 급속한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게 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의 파도 속에서 급기야 서울시는 노인의 무임승차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면서 중앙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65세 이상 시민에게 부여한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으로 인해 지하철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근거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수송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근거법은 노인복지법이다. 이 법률 제26조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송시설 및 고궁·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65세 이상 국민에게 특정 공공시설의 무임 이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은 1981노인의 질환을 사전예방 또는 조기발견하고 질환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요양으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을 보면 노인의 보건환경을 개선해 노후의 삶을 보다 개선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복지법 제26조는 경로우대를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령 제19조는 노인우대가 가능한 공공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을 규정하고 있다. 경로우대에 관해 법령이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따라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로우대의 나이를 변경하려면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논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물론 오늘날 국가의 법과 정책은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모든 영역의 문제를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풀어가려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꼬이게 돼 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전투구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요금 인상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된 문제이다. 지하철은 전기로 움직이며 에너지 요금이 오르면 지하철 요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 사회변화에 따른 서비스 요금의 변화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치적 이유로 서비스 요금을 올리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논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보다도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노인의 나이 기준에 대한 논의도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선거철만 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유엔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고령사회가 됐고, 통계청에 의하면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20세기에 머물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수의 국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법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는 정치놀음에 빠져 급변하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공공요금의 결정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사회의 미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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