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유영선 산업부장. 

최근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집을 많게는 1000여채 넘게 소유한 일명 빌라왕이라 불리는 악성임대인들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한 사고가 잇따라 공분을 샀다. 이들의 수법은 거의 동일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주택매매와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집을 사들인 뒤 빌라왕과 같은 바지 사장을 모집해 빌라 명의를 이전하고 보증금을 떼먹는 식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194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68명을 구속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6100여채를 보유한 빌라왕 조직 6개와 관련해 범행을 기획한 컨설팅업자와 임대인 등 14명을 구속하고 가담자 350여명을 검거했다. 이처럼 전세사기가 대규모 조직적인 범죄로 진화한 것은 제도에 허점이 있었음을 뜻한다. 6개 조직은 컨설팅업자 등이 바지임대인 명의로 주택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방식으로 전국에서 6100여채를 사들인 후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분양가보다 전세금을 높게 매긴 뒤 세입자를 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분양가 1억원 빌라를 11000만원에 들어올 세입자를 구한 뒤, 1억원은 빌라 건축주에게 주고 본인들은 1000만원을 챙기는 식이다. 이들에게 당한 사기 피해자는 무려 1207, 피해금액은 2335억원에 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절반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거의 없는 20, 30대 사회초년생, 청년층이었다. 피해자 1인당 피해금액은 1~2억원, 피해 주택유형는 다세대주택(빌라)가 다수로 피해가 대부분 서민층에 집중됐다. 이들 상당수는 시세 확인이 어려운 신축 다세대 주택을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여 임대한 조직적 사기에 피해를 입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집값과 같은 가격에 전세를 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수백·수천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떼먹는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 전세금 반환 보험대상 전세가율을 100%90%6년 만에 하향 조정한 것이다. 임차인이 계약 전 보증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해도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보증금 미반환 전력 등 사고 이력이 있는 악성임대인의 집은 보증가입이 불가능함에도 이를 계약 전 임차인이 알 수 없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전세계약 시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를 담은 안심전세 App’을 출시했다. 해당 앱은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구제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법원과 검찰청은 전세사기범의 처벌을 강화, 최고 15년형까지 구형할 방침이다. 전세사기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공인중개사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보증 가입자가 줄어들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세가율 90%를 초과해 보증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사각지대에 놓이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므로 임차인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임대인이 신뢰할 만한 자인지 임차인이 확인하기 힘들었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입법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초당적으로 법·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구축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