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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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시킨 처사는 또 지지층과 국민을 놀라게 했다. 나 전 의원이 사표를 냈는데 이런 강수를 썼다고 한다. 도대체 왜들 이런 무리수를 쓰나.

대통령에 대한 불경이니 술수이니 하는 막말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가까스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기대를 걸어온 국민의 실망이 대단한 것 같다. 지금 조선왕조시대로 착각하는가.

친윤이며 다혈질인 장제원 의원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앞에 나서 분노를 쏟아냈다.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反尹)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대체 그는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 적이 없다. 이런 다혈질적인 태도가 대통령에게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 비윤 간의 갈등의 숲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갈등의 씨앗이 내재 됐다가 이번에 분출된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180석을 야당에 헌납한 불협화음을 또 보는 듯한 인상이다. 이런 태생적 권력에 대한 암투에 박수를 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문제는 당대표라는 감투 때문이다. 누가 대표가 되고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느냐에 사활을 거는 인상이다.

도대체 국민들의 기대와 감정은 아랑곳없이 당권 헤게모니를 잡고 자파들을 공천해 다음 총선에서 당선시켜 차기를 도모하겠다는 저의가 분출한 것이리라.

정치인들이 차기에 대한 욕심을 갖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당내 불협화음을 노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을 영입해 천신만고 끝에 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이긴 공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초임 비서실장이 돼 트러블이 많았다.

대통령실의 인사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일들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 언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측근일수록 전면에 나서지 말고 오히려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진 자들 또한 허망하게 쓰러진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옛날에도 훌륭한 임금을 만들어내는 것은 측근이나 중신들이었다. 세종대왕이 만고에 빛나는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명재상 황희나 맹사성 같은 덕망 있는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희정승은 임금에게 화합과 인내심을 주문했으며 맹사성은 스스로 평범한 농사꾼처럼 행색을 하고 다녔다. 백성들은 일상에서 맹정승이 영의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맹사성은 고불(古佛)로 불렸다. 이 같은 아호를 즐겼으니 얼마나 인품이 후덕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나라의 권력을 쥔 재상이라고 생각한 백성이 없었다. 세종임금은 이런 덕망을 가진 인물을 중용해 측근에 두고 자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도 이런 인물을 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뜩이나 검찰공화국이란 이름을 지닌 현 정부에서 덕망을 가진 측근들이 포진돼야 한다. 당내불협화음을 자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는 당의 미래와 화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나경원 전 의원도 말을 아껴야 한다. 불을 불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한발 후퇴가 나중에 한발 전진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마침 나 전 의원은 단양 구인사를 찾아 총무원장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 했다. 욕심이 없는 무심(無心)’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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