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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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끄럽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앤데믹으로 가는가 했더니 중국에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코로나 상황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국가가 중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면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인에 대한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감염병 때문에 긴장하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의 여파는 점차 현실로 우리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로 인해 내집 마련과 부동산 투기에 몰입했던 국민들은 고금리로 인해 고난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부동산 홍보언론 같았던 지나간 해의 언론들은 지금은 거품으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붕괴를 떠들고 있다. 언론이 정보원(情報源) 역할을 하는 세상에서 무책임한 보도가 없었는지, 이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세상이 빨리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감염병과 경제문제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리그처럼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 국정과 관련된 현안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데, 방탄국회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애잔하게 보인다. 시대가 변하면서 국회가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것을 더 이상 국민이 지켜보지 않는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헌법이 비록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그 의미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시대정신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미래세대가 배우는 교과서에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채택하든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든 역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인민민주주의가 민주주의라고 강변해도 사회주의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독재를 한 그들이 나쁜 것이다. 아무리 역사를 왜곡한다고 해도 진실은 드러나고 만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역사를 왜곡해 자국에 유리하게 바꾼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국내에만 통용될 뿐 세계사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과 주민이 이용하는 행정기관, 공공기관을 점거하거나 출입을 방해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국가와 국가의 실정법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가는 어떤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주권을 규정한 헌법은 허울 좋은 국가의 최고규범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국가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가르치지만, 또한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도 가르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법치를 이야기하지만, 법치가 무엇인지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법치는 이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에서 공존을 위한 기준이며 가치이다. 근대 시민혁명은 법이 없어도 질서를 지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다. 영국의 시민혁명에서 권리청원과 권리장전이란 문서가 만들어진 이유, 프랑스 시민혁명에서 인권선언문을 발표한 이유를 안다면 인간사회는 좀 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근대법은 인간의 이성에 기초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법을 만들고 해석해 적용하고 집행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법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법의 내용이 상식적이지 못하면 누구도 법에 대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법의 내용이 정당해야만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알아야 준법정신이 싹트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법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로, 세상을 기만하고 진실을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언제가 드러나고 세상의 발전 속도에 따라 진실이 드러나는 속도도 빨라지게 될 것이다. 법이 이성에 기초해도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집행하는 것은 인간의 상식이다. 2023년은 상식이 통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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