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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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신은 북한의 전 외무상(외교장관) 이용호가 숙청, 처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용호가 누구인가? 바로 김정일 시대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지낸 이명제의 아들, 이른바 ‘성골 집안’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말실수로 숙청의 나락에 떨어지는 걸 보면 가히 김정은은 중국 마오쩌둥의 대광풍 ‘문화대혁명’을 본떠 북한판 ‘사상대혁명’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마오 주석의 문화대혁명은 공산당의 권력이 류소기와 등소평 등 실용주의자들에게 넘어간 것을 되찾기 위한 필사적 사투였다.

반추해 보면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약칭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꼭 10년 동안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파괴 운동이다. 국내에서는 간단히 ‘문혁’이라고도 부른다. 일명 20세기의 분서갱유 성장 파괴주의, 중국 내에서는 우회적으로 십년운란(十年动乱)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자국의 문화를, 자국민들이 스스로 멸절시키려 한, 전례가 드문 대사건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내재적 폭력성과 경직성, 그리고 체제적 한계를 예시할 때 킬링필드, 대숙청, 대약진 운동, 고난의 행군, 차우셰스쿠의 인구 정책과 함께 빠짐없이 언급되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장을 보태면, 보이는 것은 홍위병과 마오쩌둥만 제외하고 모조리 때려 부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인 공자, 동아시아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관우의 묘까지 훼손했으니 그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10년 동안의 파괴운동으로 인해 중국의 온갖 지식인들과 수 천 년의 문화가 상당수 희생됐으며, 그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인지는 겨우 남아 있는 기록으로 해석해야 할 정도이다. 문화라는 말과 혁명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어 오해를 부를 수 있으나, 문화대혁명은 표현과 달리 사실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완전히 파괴한 초규모의 반달리즘이자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될 집단 광기이다.

문혁 시기에는 다양한 사상들이 모순적으로 뒤섞여 표출됐기에 사회학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 손꼽히기도 한다. 특히 반봉건을 외치며 마오쩌둥을 봉건적으로 신격화하고, 그 마오쩌둥은 반제국주의를 외치면서도 중소 분쟁이 일자 재빨리 노선을 바꿔 미국과 협상하고 오히려 국수주의를 반동으로 치부하는 행태를 보였다. 문혁의 악영향은 지도부 대부분이 조롱과 유배를 당하는 피해를 입은 중국 공산당도 인지하고 있기에 현재까지도 흑역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광풍이 오늘 21세기 북한판 ‘사상대혁명’으로 평양에서 재현되고 있다. 올해는 북한의 김정은 고모부 장성택 등이 숙청, 처형된 지 꼭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뒤 인민무력상 현영철과 부총리 김용진, 또 엊그제는 전 외무상 이용호 등이 처형됐다. 그리고 박정천 원수도 제거됐다.

아무도 김정은의 통치행태를 ‘사상대혁명’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평양에서는 마치 홍위병들의 집회를 방불케 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소집됐다. 북한의 관영통신 조선중앙통신은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령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굴함 없고 멈춤 없는 강용한 투쟁으로 우리 공화국의 승리전통과 절대적 국위를 더 높이 떨칠 충천한 기상을 안고 영예롭고도 보람찬 새해의 진군길에 나선 수도의 10만여 명 당원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들의 혁명적 열정으로 대회장은 세차게 설레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니 거기 자발적으로 제 발로 걸어 온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된다고 보는가? 이제 북한 주민들과 청년학생들은 지칠대로 지쳐 하루빨리 평양판 ‘사상대혁명’이 막을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서 10년의 문혁 기간 수천만명이 희생되고 국가 기강이 무너져 내렸듯, 북한 역시 김정은의 10년 ‘사상대혁명’으로 사회주의는 걸레가 돼 버렸다. 하루빨리 ‘사상대혁명’이 막을 내리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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