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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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노웅래 의원의 범죄 사실 요지와 함께 많은 구체적인 증거들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부정한 돈을 받는 ‘현장 녹음 파일’도 있다고 했다. 거기에는 노 의원의 목소리뿐 아니라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담겨 있었고, 한 장관은 자신이 20여년간 부정부패 수사를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돼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로서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다르게 들렸던 것 같다.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비호감도를 높여 혹시 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렇게 얘기를 했냐는 생각이 상당히 들었다”는 말을 한다. 변명을 해도 참 희한하게 하는 황당한 발언이다. 한 장관이 싫어서 범죄자 편에 섰다는 말이다. 법과 원칙의 국민 시선이 아니라 파당적 이익의 정쟁으로 모든 걸 판단한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수순대로라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올라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예행연습’을 한 것이라는 조소가 따른다.

국민들은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보면서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해 생각한다. 왜 국회의원에게만 저런 특권이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막하면서’, 국회의원은 저렇게 봐주나, 오히려 범죄자가 더 큰 소리를 칠 수 있냐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대표적인 특권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면책특권도 줄곧 논란이 된다. 국회에서 청문회 같은 것을 할 때 보면 ‘그 말을 국회 정론관 가서 하라’고 서로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 하는 것을 번번이 목격한다. 국회의원이 작고 큰 국회 회의장에서 하는 발언은 면책을 받는다. 하지만 회의장 밖에서 하는 말은 그렇지 않다. 정론관은 국회에 딸린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국회 회의장이 아니기 때문에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고 싶으면, 그리고 자신 있으면 회의장 말고 당장 기자회견장 가서 하라’고 공세를 펴는 것이다.

이 면책특권도 최근에는 남용 및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큰 논란이 된 김의겸 의원 한동훈 장관 ‘청담동 술집’ 허위 사실 주장도 비슷한 사례다. 국회 회의장에서 제대로 검증도 안 한 허위 비방성 내용을 마구 쏟아 내면서 국회의원의 헌법적 활동이라고 포장하며 면책을 받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명예혁명으로 잘 알려진 영국 의회주의 역사의 산물이라고 기원을 찾는다. 왕과 의회의 갈등 속에서 왕이 의원들을 막무가내로, 즉 임의로 체포, 구금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행정부가 의회의 국정 감시 역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 역사상 그동안 65번의 체포동의안이 올라왔는데 그 중 가결된 건은 15건에 불과하다. 18대 국회 이후부터는 그마나 가결율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국민들의 비판이 커져갔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때 필자를 포함한 청년단체들이 서로 규합해 ‘클린정치운동본부’를 만들고 ‘정치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의 갑질 문제가 크게 불거졌고 동시에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은 미국과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에서도 점점 축소되거나 유명무실해지는 추세다. 프랑스는 이미 1995년에 헌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없앨 때가 됐다. 더 이상 국회의원과 국민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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