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정부 통계에 날 세워
“79% vs 17%, 현실 동떨어져”
“특정 통계 고집할 경우 ‘문제’”
원희룡 “통계 조작은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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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수치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작성에 표본을 의도적으로 편향되게 설정하거나 통계값을 왜곡하는 등 고의로 조작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에 감사원은 감사 기간을 7주 연장했다. ⓒ천지일보 2022.12.19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두고 감사원이 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감사원이 조사 기간을 7주 연장한 가운데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6월 경실련은 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93% 급등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아파트값 상승률이 17%에 불과하다는 문 정부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실련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미미했다는 왜곡된 통계를 제시하며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9월 말부터 국토교통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의 실지감사(현장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작성에 표본을 의도적으로 편향되게 설정하거나 통계값을 왜곡하는 등 고의로 조작한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문 정부 당시 부동산 통계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폭등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과는 달리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집값 상승률은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문 정부는 “표본 설정에 따라 통계는 다를 수 있고 민간 통계는 시장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文 통계, 표본 적고 실거래가 미반영”

감사원이 조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실련이 지난해 공개했던 통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작년 6월 발표됐던 ‘서울 아파트값 93% 상승’ 자료에선 2017년 5월 2021년 5월까지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아파트 평균 시세를 비교했다.

KB부동산은 서울 25개 구마다 대표 아파트 단지 3곳씩, 총 75곳의 30평형대 아파트값을 집계했다. 당시 강남구 ‘은마’는 3.3㎡당 시세가 3828만원에서 7151만원으로 87% 올랐고, 도봉구 ‘창동 동아’는 3.3㎡당 가격이 1298만원에서 3123만원으로 140%나 올랐다.

당시 경실련은 “문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79%”라고 주장했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통계에서도 2017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6억 708만원에서 10억 6108만원으로 75%가량 올라 경실련 통계와 비슷했다.

반면 부동산원이 집계했던 상승률은 17.1%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실제보다 3~4배나 낮은 거짓 통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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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올라 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해도 집을 사는 데 25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출처: 연합뉴스)

부동산원의 ‘매매가격 지수’도 경실련의 비판 대상이었다. 해당 지수는 표본 대상 단지의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종합해 부동산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산해 만든다. 실거래가를 반영하지만 계약 금액이 신고될 때까지 시차가 있고, 매매 거래 건수가 적으면 집값 변동 폭이 작게 나타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특정 단지에서 신고가(新高價) 계약이 나오면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전부 오른다”면서 “문 정부 조사에서는 표본 대상인 아파트에서 거래가 없을 경우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KB부동산 시세는 협력 공인중개사들이 주변 실거래 사례와 매물의 호가(呼價) 등을 참고해 입력한 값을 토대로 작성된다. 조사 표본은 KB부동산이 3만 6000가구, 부동산원이 2만 8000가구보다 8000가구나 많다. 

당시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문 정부 통계는 표본이 민간보다 적고 실거래가나 신축 아파트 시세가 신속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에 “어느 나라 통계냐” 비판도

문 정부의 집값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문 정부 당시 국토부의 수장이었던 김현미 전(前) 장관이 국회에서 겪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7월 김 전 장관은 “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발언했고 의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정부 통계와 시장과의 괴리에 대해 “표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격 상승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집값이 급등했다는 점에 대해 문 정부도 인지하고 공급 확대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특정 통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비생산적 논쟁”이라고 말했다.

◆“정부·정치권, 특정 통계 강요 말아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입맛에 맞는 특정 통계만 고집하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원 지표 중에도 ‘실거래가 지수’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통계가 있지만, 문 정부는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부동산분석학회장을 지낸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특정 통계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면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공공과 민간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통계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치에서 벗어나 통계에 조작이 가해진다면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며 “부동산 관련 업계 투자와 건설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불거진 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해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문 정권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면서 “만약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는 감사원에 적극 협조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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