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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서부 신장 우루무치에서 열린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인 흰 종이를 들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Eva Rammeloo 트위터 캡처)

검열 상징하는 ‘백지’, 시위 상징돼

[천지일보=이솜 기자] 10년 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로 중국 본토에서 가장 큰 시민 불복종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중국에서 확진자 제로(0)’를 만들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19 봉쇄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지난주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상하이, 베이징, 청두, 우한, 광저우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신장 지역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주택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 당했는데, 봉쇄로 인해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분노가 순식간에 확산했다. 다음날 주민 수백명이 봉쇄 중단을 요구하며 우루무치 거리로 나섰다. 당시 신장 지역에는 주민 400만명에 대해 100일 동안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봉쇄 규제가 내려져 있었다.

전국 곳곳서 자유를 달라시 정권 퇴진 목소리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27일 밤 리앙마강 근처의 제3순환도로를 따라 최소 100명의 시위대 두 그룹이 해산을 거부하며 모여들었다.

지난 26일 밤 상하이의 군중들은 경찰과의 대치 중에 공산당! 물러가라! 시진핑!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 시민들은 대게 보복을 두려워해 공개적으로 당과 지도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베이징, 시안, 난징, 충칭, 청두, 우한 등의 대학에서도 소규모 시위와 시위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시위들이 즉시 확인되거나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SNS 목록에서는 지난 주말 대학 50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SNS 등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는 베이징 주민들이 봉쇄를 끝내라!”라고 외치며 주차장 주변을 행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27일 오후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는 학생 수백명이 모여 민주주의, 법치, 표현의 자유등을 외쳤다.

베이징대 학생들도 26일 저녁 건물 벽에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봉쇄가 아니다” “다이나믹 제로 코로나는 거짓말이다등의 구호를 그리며 시위를 벌였다.

또 다른 영상은 26일 저녁 신장 화재 희생자들을 위한 시위에서 난징의 중국 커뮤니케이션 대학 학생 수백명이 백서를 들고 인민 만세, 죽은 자들이 편히 쉬기를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학생들이 교수들의 해산 요구를 거부하자 대학 관계자는 언젠가 오늘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소리도 영상에 담겼다.

시위대와 학생들은 백지를 들고 항의했다. 중국 당국이 많은 것들을 검열하기 때문에 차라리 어떤 검열도 당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백지를 든 것이다.

가장 큰 시위는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자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발생했는데, 27일 이른 시간에 약 300명의 주민들이 모여 우루무치 봉쇄 해제, 중국 전역 봉쇄 해제를 외치고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퍼졌다.

이날 오후 늦게 상하이에서는 또 새로운 시위가 일어나 밤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5시 이전에 시위가 벌어진 장소의 교차로를 봉쇄하고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중국 국가와 인터내셔널가(국제공산주의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주로 20대였다. 시위에서 국가 제창을 주도한 여성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단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그들(정부)은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의 목소리는 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애썼다. 경찰은 집에 가서 월드컵 경기를 봐라” “여기서 힘 낭비하지 말고 돌아가서 인생을 즐겨라등을 외쳤다.

27일 저녁 우한과 청도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발생했다며 SNS에서 사진과 영상이 속속 나타났다. 청두에서는 시위대가 자유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다.

북서쪽의 란저우에서는 주민들이 코로나19 직원 텐트를 전복하고 바이러스 검사 부스를 부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시위대는 이 지역에서 아무도 코로나19 양성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봉쇄했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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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위대가 행진을 하면서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엄격한 바이러스 대책에 분노한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임을 요구했다. (출처: 뉴시스)

◆“당국, 지방정부에 규제 과도 책임 전가할 수도”

세계의 많은 지역이 대부분의 규제를 풀었음에도 중국은 시 주석의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해왔다. 국제 기준으로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적지만, 지난 26일에 거의 4만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며칠 동안 기록적인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전역의 도시에서 더 많은 봉쇄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이 생명을 구하고 의료 시스템을 압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옹호해 왔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대해 전국적으로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코로나 제로라는 명목으로 집에 갇히거나 격리 센터로 보내지거나 이동을 못하고 거의 3년 동안의 끊임없는 통제를 견뎌왔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며 이동과 건강 상태에 대한 감시를 받아야 했다.

전 홍콩 공과대학교의 사회과학자였던 정김화 준교수는 가디언에 비록 시위가 널리 퍼졌지만, 중앙 정부를 위협할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유화책과 단속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시진핑 구호가 확산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중앙정부로서는) 코로나 억제를 과도하게 시행한 주체가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기에 시 주석이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11일에는 정부가 지방 관리들에게 일부 제한을 완화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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