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부당한 파업 시 강제 복귀
2004년 재정 이후 한 차례도 발동 없어
국토부 “사태 해결 위해 조처 검토 중”
정치권 “국무회의 거쳐 29일 발동될 것”
화물연대 “ILO 강제 근로 폐지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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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노조원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정부가 지난 2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면서 정부와 화물연대 사이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운송거부가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근거한 ‘업무개시명령’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화물연대는 두 차례 파업을 벌였고 이 때문에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노무현 정부 때 2004년 4월 법 개정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이 도입됐다. 이는 동맹 휴업·파업행위가 국민 생활이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강제로 본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규정된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돼 국토부 장관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해당 명령이 발동되면 운송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30일간의 면허정지(1차 처분) 또는 면허취소(2차 처분) 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004년 재정된 이후 발동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때는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사례가 있다. 당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들이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 조치했었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당시 의사들에게 내린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사례를 조사해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 위한 실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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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명소 2차관 모습. 어 차관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화물연대가 한해 두 차례나 집단 운송거부를 한 사례는 지난 2003년과 올해 두 번째”라며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교섭 일자를 잡지는 않았지만, 양측 모두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업무개시명령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9일 발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중단하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105호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이 주장한 핵심협약이란 ILO가 채택한 189개 협약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을 말한다. 특히 105호는 강제 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으로 정치적인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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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화물연대 노조원들. (출처: 연합뉴스)

이응주 화물연대 교선국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의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2만 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도로 위의 최저임금제와 같은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요구 항목에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적용 차종 및 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정안 폐기가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지난 2020년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고 올 12월로 종료 예정이다. 일몰제란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후 소멸하는 제도다. 

화물연대는 이에 지난 6월 총파업에 들어갔고 국토부와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7일 만에 합의했다. 하지만 일몰제의 ‘완전 폐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다시 이번 파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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