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많은 세계 리더들은 무대를 떠나는 게 어려워 보인다. 한 때 가졌던 권력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 결과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전직 지도자들이 국익보다 자신을 중요시 여기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억압적인 국가에서 볼 수 있었던 사례가 데자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결해 두 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세 번이나 집권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우파 연합을 결성해 9년 만에 상원의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가 총선을 사흘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한 녹취로 파문을 겪었다. 중동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극우 정당과 손잡고 1년 반 만에 재집권을 시작했다. 

두 번의 탄핵을 당하고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15일(현지시간)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미국 대통령 입후보를 발표한다”고 세 번째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2년 전 우리는 위대한 국가였고, 곧 우리는 다시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력을 되찾고자 하는 욕심은 지도자 개인 또는 이익 단체의 것이지만 국익을 우선시해야 할 정부와 국회 등은 계산을 잘 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을 제외하고 코로나19 방역과 대책만 놓고 봐도 이는 명확하다. 그는 팬데믹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를 경시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비과학적인 대처 방법을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넘어 오는 최대 3개월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100만명이 넘고 누적 확진자는 1억명에 달한다. 세계 코로나19 최악의 국가 1위에 오른 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공화당이 상원 과반 확보에 실패한 이번 미국 중간선거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도자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가장 첫 번째 순위다. 사람을 살리는 지도자인가, 죽이는 지도자인가. 구관이라고 전부 명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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