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과 다방면 교류 활성화 약속해
한-인니, 10개 경제협력 MOU 체결도
한미일 정상, ‘경제안보 대화체’ 신설
대통령실 “북한 문제, 국제 이슈 논의”
與 “자유와 연대 바탕 협력 이뤄진 것”
野 “尹 순방 성적표, 너무나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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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1.16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공군 1호기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면서 4박 6일간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미, 한미일, 한일 연쇄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 데 이어 마지막까지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하며 적지 않은 외교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적 정세에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은 형국이다.

◆적지 않은 외교 성과… 해결과제도 산적

윤 대통령은 지난 11~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ASEAN(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세안과의 단순 경제협력을 넘어 외교, 안보, 국방,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세안 관련 협력 기금을 향후 5년간 올해의 2배 규모로 증액할 것이란 공약도 내놨다.

대(對)아세안 경제협력을 다양한 국가로 다변화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투자 분야 고위급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한 데 이어 한-인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모두 10개의 경제협력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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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2.11.13

최근 제7차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이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에 나선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한미일, 한일 릴레이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간 긴밀한 대북 공조체제와 확장억제 강화를 재확인하고 경제안보 분야 역시 ‘경제안보 대화체’를 신설하며 3국 밀착을 과시했다.

3국 정상은 또 첫 공동성명인 ‘프놈펜 성명’을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강한 규탄을 목소리를 내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핵을 사용한다면 한미 양국이 모든 가용 수단을 활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일본 지역 안보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교섭에 강한 추진력을 주입했다”며 “북한 문제와 주요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격의 없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 협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에 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양 정상 모두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에 관해서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또 협의진행 상황에 대해 (양 정상이) 잘 보고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선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협력을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문제 관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한국 기업들의 미국 경제 기여를 고려해 IRA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약 3년 만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한중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주도하고 기여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국은 한국과 함께 한중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G20에서도 진정한 다자주의를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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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1.14

◆외교 성과 바탕으로 정국 돌파 의지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해결해야 할 대내외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순방 중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논란과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악수를 청하고 왼쪽 팔을 두드리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을 향한 재신임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인해 야권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사태와 관련해 ‘선 수습, 후 문책’을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경찰특별본부 수사 결과가 나오고 이태원 사태가 일정정도 수습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이 장관이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질로 두 사람이 의견을 모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순방기간 내내 언론 관련 논란이 이어진 것도 해결 과제다. 대통령실은 순방 직전 MBC의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은 전용기 내에서 친분이 있는 특정기자 2명과 따로 면담을 가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울러 귀국길은 물론 순방 기간 동안 별도의 기내 간담회는 하지 않은 것도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순방의 성과가 크긴하지만, 언론 관련 논란이 일어난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기내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언론을 무시한 것이 아니고 국민을 무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순방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

윤 대통령의 순방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여당에서는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며 프놈펜 성명 채택 등 주요 성과를 강조한 반면, 야당은 “순방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라며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중 한일, 한미, 한미일 등 양자와 다자를 넘나드는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까지 전례없이 숨 가쁘게 일정이 이어졌다”라며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은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협력이 방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3국 정상회담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포괄적 성격의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3국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한미일 안보협력은 그 자체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중간 소통의 물꼬를 텄다. 양국 간 고위급 대화체 안에서 시 주석은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1.5트랙 대화체제 구축도 제안하며 정치적 신뢰를 쌓기 위한 긴밀한 소통에 양국 정상은 적극 공감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이번만은 성과를 내놓기 바랐지만 돌아온 순방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했다”며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고 직격했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기대했던 과거사 문제는 어떤 진전도 없었다. 일본의 사과 한 마디 없는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보고는 굴욕적이기까지 했다”라며 일갈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는 “이번에도 립 서비스로 끝이 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라며 “듣기 좋은 말일 수는 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불허’ 방침과 이를 둘러싼 언론 통제 논란도 꺼내들었다. 그는 “이번 순방은 언론 통제의 부끄러운 신기록을 썼다”며 “MBC 전용기 탑승 배제로 언론 길들이기에 모자라 특정 언론을 상대로 노골적 언론 차별과 불통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담장에 기자를 들이지 않고 질문도 답변도 없이 결과만 일방 통보였다”며 “공적 공간인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사만 불러 사적 대화를 나눴다고도 한다. 윤석열 정부 6개월 만에 언론 자유는 30~4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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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서 참석해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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