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치러지는 ‘식년시’
초시·복시·전시 3단계 거쳐
유교 경전이나 정책 등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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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科擧) 시험장의 풍경을 그린 그림. 한국화가 혜촌(惠村) 김학수(1919년~) 작품.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쓰는 사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등 과거 시험장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 놓았다. 왼쪽 상단에는 '과장 그림'이 묵서(墨書)돼 있다.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2.11.16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올해도 찾아왔다. 공부 여하를 떠나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긴장되는 수능.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느냐 아니냐가 결정되기에 매우 중요한 날이다. 조선시대에도 인생의 커다란 갈림길이 있었으니 바로 과거(科擧)시험이다. 오늘날 수능은 대학 입학을 위한 것이지만, 과거시험은 관직을 얻기 위함이었다. 선조들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를 제공했던 과거시험은 어떻게 치렀는지 알아보자. 

◆과목에 따라 인재 선발 

과거시험은 ‘과목에 따라 인재를 선발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시험의 시초는 신라 원성왕 4(788)년에 실시한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였다. 이후 고려 광종 9(958)년 당나라 제도를 참고한 후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고려시대에는 문인을 중시해 문과 시험만 치렀다. 조선시대에 문과·무과·잡과가 있었는데 이 중 문과가 과거시험의 핵심이었다. 문과는 경전에 대한 이해도를 가리는 ‘생원시’와 문장 짓는 능력을 평가하는 ‘진사시’가 예비고사 성격의 ‘소과’였다. 이 가운데 합격자는 ‘대과’를 치렀다.

대과는 3년마다 치러지는 정기식인 ‘식년시(式年試)’가 있는데 초시(初試)·복시(覆試)·전시(殿試)의 3단계로 진행했다. 복시에서 선발된 33인은 임금 앞에서 치르는 전시에서 순위가 결정됐다.

식년시 외에 왕의 즉위 등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비정기식인 증광시(增廣試)·별시(別試) 등도 치렀다. 이 때문에 응시생들은 평소 국가의 새로운 소식에 귀 기울어야 했다. 응시 자격은 양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했다. 하지만 탐관오리 자제나 재가한 여자의 아들, 서얼의 응시는 금지했다. 

◆난이도 높은 논술형 문제 

과거시험의 난이도, 경쟁률, 과정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다. 수십 년을 공부해도 합격 문턱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시험은 유교 경전에 대해 묻는 시험과 당시 정책에 대한 논술 시험 등이었다. 

태종 7(1407)년 4월에 치러진 시험에서는 “의관(衣冠)의 법도는 모두 중국의 제도를 따르는데, 오직 여복(女服)만은 오히려 옛 풍속을 따르고 있으니 이것은 과연 다 고칠 수 없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는 여성들의 옷 입는 스타일이 고려의 풍습을 따르는데 이에 대한 대처법을 묻는 질문이다. 또 “관혼(冠婚)·상제(喪制)도 또한 다 중국의 제도를 따라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도 출제됐다. 

세종 16(1434)년 3월에는 “혼례란 인륜을 바로잡고 음양의 이치를 따르기 위한 것이나, 우리 풍토와 습속이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었다”며 데릴사위 풍습에 대해 물었다. 

세조 3(1457)년 5월에는 “서경(書經)에 ‘윤월(閏月)로써 사시(四時)를 정하여 일세(一歲)를 이룬다’고 말하고는 윤달을 두는 달은 말하지 않았으니, 그 해의 마지막이나 사절(四節, 사계)의 맨 끝에 윤달을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며 윤달을 정하는 기준을 물었다. 또 “옛날의 성인이 오음(五音)을 제정하였는데 후세에 와서는 칠음(七音)의 학설이 있으니, 옛것을 따르면 어떻겠으며 지금 것을 따르면 어떻겠는가?”라며 음악에 관한 문제를 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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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구술면접 시험지인 ‘강서 시권’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2.11.14

◆유교 경전 출제된 ‘강서 시권’

과거 응시자들이 제출한 답안지 혹은 채점지는 ‘시권(試券)’이라고 부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0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강서 시권’이 지정하기도 했다. 강서 시권은 구술 시험으로 치른 문제와 결과를 표기한 시험지다. 

구술 시험은 문과·무과·잡과 시험 등 과거시험에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시험지는 구술 시험 중에서도 주요 유교 경전 7개에서 각각 구절을 뽑아 외우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칠서강(七書講)을 담고 있다. 7명의 시험관은 이를 ‘통(通)’ ‘약(略)’ ‘조(粗)’ ‘불(不)’ 4단계로 평가했으며, ‘조’ 이상을 받지 못하면 과거시험에 낙방했다. ‘초장에 떨어졌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시험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구술 시험이 중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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