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PF 대출 규모만 2兆
시공능력 평가 5→10위까지 하락
신용평가 등급도 ‘A+’서 ‘A’로
“축구협회 회장직 맡을 자격되나”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조성민, 이우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금융권, 정치권 할 것 없이 전 방위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재 금융권에서 부동산PF(PF, Project Financing)를 거절당하고 있고, HDC그룹의 총수인 정몽규 회장은 2차례 광주 참사와 관련해 국정감사에 소환됐지만 ‘축구 이벤트’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정 회장이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부실우려를 이유로 건설·부동산 PF에 ‘무척’ 소극적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관련 PF 부실 여파로 위기감이 확산한 상황에 따른 것이다. PF는 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완성될 미래 부동산을 담보로 추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즉 은행들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미래가치’를 그리 높지 않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광주에서만 2번의 대형 ‘인재’가 발생했고, 신용등급이 조정되는가 하면, 아이파크 신축 붕괴사고로 3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나 추후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20년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를 덮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 1년도 채 되지 않아 화정동에선 신축 아이파크도 붕괴했다. 두 사건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은 총 24명이다.

한때 도급순위 5위였던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0위까지 떨어졌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2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도급순위는 최근 3년간 8~10위였다”고 부연했다.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4일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로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광주 지역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경쟁력이 떨어졌고 공사 손실 반영으로 최근 영업실적도 크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또 현금 유동성 및 재무적 융통성을 활용해 자금 소요에 대응하며 차입금이 확대되는 등 재무 부담이 높아진 점도 신용등급 조정 이유로 들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건설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파트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회사 측이 발표하면서 3377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면서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 16.0%에서 2021년 8.1%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1.7%로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정 현장 사고 발생 이후 회사가 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 인수를 제공한 부동산PF유동화증권의 차환 위험이 대두됐다”며 “차입금은 1조 8021억원에서 2조 432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 부담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이 가지고 있는 2조원 정도의 PF 우발채무는 현재로서는 수익성이 보장된 만큼 ‘빚’이 아니다. 그러나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채무로 전환된다. 계속되는 미분양 사태와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경우다. 만약 우발채무가 채무로 전환된다면 자금조달도 여의찮게 된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자금 안정성에 신뢰를 얻지 못해 채권 발행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도 신규 부동산 PF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 차환이 막힌 상태”라며 “주택사업 부실이 발생하면 기업의 CEO가 바뀌는 등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대처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회장은 앞서 9월과 10월에 있던 국정감사에 불출석 했다. 이유는 축구협회 행사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축구 이벤트가 아니라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총회 참석을 위해 불출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에서 일어난 두 참사로 24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아시안컵 축구대회 유치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여야 의원들은 이를 두고 “정무위원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또 그룹의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문제를 해명하는 자리를 두고 축구 행사를 나간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등의 사고로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고 하도급대금 지급 지연 등 불공정행위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지난해 광주 사고로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도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대주주로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드시 해당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현대산업개발은 하도급 관련 문제로 이미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고 붕괴 사고도 일으켰으며 며칠 전에도 고척 아이파크 부실 공사, 수요일에는 화정 아이파크 분양 관련 기자회견까지 열린 바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몽규 회장은 대표직을 사임하는 과정에서 경영자의 책임을 묻되 대주주 책무는 다하겠다고 밝혔다”며 “해외 출장을 핑계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마지막까지 책무를 다한 것인지 묻고 싶고 사고 수습에서 멀어나 축구대회 유치에 나선 것을 볼 때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도 “HDC현산 잘못으로 시민 15명이 희생됐다. 입주예정자들도 날벼락을 맞았다”며 “그런데도 HDC현산은 충분한 사과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었다”고 질타하며 청문회와 국토위 차원의 고발까지 예고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유동성 규모와 관련해 현금, 현금성자산, 단기투자상품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라며 “9월말 기준 PF유동화 증권 가운데 미착공 사업장 PF규모는 17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3분기 기준 PF우발채무 규모는 1조 3398억원으로 채무는 4100억원 규모”라고 부연했다.

#정몽규 #HDC #축구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