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상당산성
자연과 역사 어우러진 명소
청주 지켜낸 유구한 역사
조선 시대 군사 전략 요충지
생태복원·휴식지 ‘자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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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상당산성의 모습. 둘레가 4㎞를 넘는 거대한 포곡식 석축산성이다.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03

[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에 있는 상당산성은 석성 원형의 모습이 잘 남아 있는 천년 역사를 간직한 청주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상당산성은 청주를 지켜낸 유구한 역사뿐 아니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휴식공간인 ‘자연마당’이 조성돼 있다.

본지는 단풍이 깊어가는 지난 1일 잔잔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가 손짓하는 상당산성에서 임훈 충북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천년 고도 청주를 지켜낸 상당산성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살펴봤다. 산성에 올라서니 청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했다. 

◆사적 212호로 지정 보존돼

상당산성은 사적 212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임 해설사는 “경기도의 남한산성와 함께 조선시대 축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상당(上黨)이라는 이름은 ‘윗무리’라는 뜻으로 인근에서 높은 곳임을 나타낸다. 성의 정확한 축성 연대를 알 수 없지만, 백제시대 청주의 지명이 상당현이었던 것으로 보아 백제시대로 추정한다. 

상당산성의 모습은 임진왜란 중 선조 29년 개축된 후 숙종 42년에서 45년까지 대대적인 성벽 개축이 이뤄져 오늘날과 같은 석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산성은 면적 12.6㏊, 성 둘레 4400m, 높이는 4.7m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석재로 수직에 가까운 성벽을 구축하고 그 안쪽은 토사로 쌓아 올리는 내탁공법으로 축조됐다. 

상당산성은 남·서·동쪽 3개의 성문과 두 개의 암문, 3개의 치성을 갖추고 있다. 북쪽은 산세가 험해 적이 쳐들어오기 어려운 지형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성안에 3500여명의 병력과 승군이 배속돼 산성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등 군사 전략적 요충지가 된 곳이 바로 이곳 상당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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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상당산성 미호문(서문). 성벽이 바깥쪽으로 돌출돼 옹성의 형태를 취한 것이 특징이다. (제공: 청주시) ⓒ천지일보 2022.11.03

◆청주를 지켜낸 산성의 구조

잔디광장 뒤로 무지개 모양의 공남문(남문)이 있다. 공남문에 눈썹 휘날리며 입을 크게 벌려 소리치는 듯한 그림은 잡귀를 막는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문을 들어서면 옹벽과 마주친다. 이 옹벽은 성곽시설 중 하나로 전쟁 시 한꺼번에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한다. 성둑길을 따라 길을 오르면 작은 문이 나타나는데 이 문이 성의 비밀통로 암문이다. 요즘의 비상구 같은 개념으로 만약 이 문이 적에게 탄로 나면 문을 흙과 돌로 막아 봉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문 옆에는 상시 흙과 돌이 준비돼있었다고 한다.

서북쪽에 있는 미호문은 호랑이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세문 중 적의 침입이 가장 어려운 곳으로 가파르고 험준한 지형이다. 

동쪽 성벽은 진동문(동문)과 동암문이 있다. 동암문은 서남암문과 함께 성의 비밀통로 역할을 담당했다. 동장대는 상당산성 동쪽에서 서장대와 마주 보고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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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산성의 공남문의 모습. 문을 들어서면 마주치는 옹벽은 적이 한꺼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벽이다. ⓒ천지일보 2022.11.03

◆조선판 트로이 목마, 이인좌의 난

트로이 목마(나무조각상)에 군사를 숨겨 잠입해 트로이와 전쟁을 치러 승리를 거둔 그리스 신화 속 전술을 조선 시대에도 행한 자가 있으니 바로 이인좌다.

청주에서 이인좌의 난이 일어난 것은 영조 4년(1728)이었다. 조선 후기 소론이었던 이인좌와 정희량이 신임사화를 일으켰던 김일경 등과 영조를 몰아내고 밀풍군 탄을 임금으로 추대하려고 일으킨 난이다.

그들은 상여 행렬로 꾸민 다음 상여 속에 병기를 감추고 이 상당산성을 통해 청주성으로 들어가 장례를 치르는 척하다가 날이 저물자 청주성으로 들이쳤다. 

당시 것대산 봉수대에는 목노인이라는 봉화둑지기가 그의 딸 부부와 살고 있었다. 이인좌 무리가 봉수대까지 손에 넣자 무리는 목노인을 죽이고 반란을 알리려 도망치는 딸까지 뒤쫓아 죽였다. 이때 장터에 갔다 돌아온 사위는 자신의 가족들이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 격분해 그들과 싸워 격투 끝에 해치우고 봉수대에 불을 지펴 청주에 반란군이 일어난 것을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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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청주=이진희 기자]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상당산성 자연마당에서 시민들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3

◆다랭이 논 활용한 생태휴식공간

남문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성내방죽이 보이고 자연마당이 펼쳐진다. 자연마당은 환경부와 청주시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방치된 다랭이 논을 활용해 야생초화원, 생태습지, 논두렁 탐방로를 조성해 생태휴식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 휴식공간이자 습지 복원을 통한 생물서식처로 역사 문화자원을 발굴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상당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곳에는 연꽃 야생화 군락지, 생태습지 등이 조성돼 다양한 수서생물들이 살고 있어 새들도 날아와 먹이 활동을 하며 생태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달 27일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물장군도 방사됐다. 

임 해설사는 “늦가을에 울긋불긋한 단풍과 청명한 하늘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며 “생태계 복원의 의미와 청주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재를 품고 있는 상당산성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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