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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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많은 젊은 사람이 퇴로 없는 축제의 희생자가 돼 모든 국민이 슬퍼하고 있다.

수만명 인파가 해밀톤 호텔 옆 폭 4m의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리며 순식간에 참사가 발생했다. 모두 200명 넘게 죽거나 다치는 최악의 압사 참사는 무엇부터가 잘못된 것인가.

‘세계음식특화거리’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은 여성들의 피해가 컸다. 특히 오르막 경사가 져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골목이 좁아지는 구조에 젊은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뒤엉켜 희생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10월 31일인 핼러윈은 미국의 축제로 알려졌지만, 역사학자들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핼러윈 축제는 국내 MZ 세대를 중심으로 큰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숨죽여있던 10대, 20대들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올해 열릴 이태원 핼러윈 파티에 방문하려던 계획은 예상된 일이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참여 열정을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일까. 서울시 등 행정기관들은 이러한 대중의 폭발적인 참여 수요를 읽지 못했다. 특히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이동을 위해 “뒤로 뒤로”라고 외쳤지만,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움직였던 상황이 오히려 더 큰 화를 입게 된 원인일 수도 있다. 수만명의 젊은이가 모일 것이라 예상했다면, 지자체에서 차라리 해밀톤 호텔 앞 차도를 통제하고 인도와 차도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오픈했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유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미리 사전 점검과 예측을 통해 막을 수도 있었던 참사였다. 물론 행사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인파들이 모인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건 사고 원인이 전반적인 안전불감증에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큰 광장이 아니라 좁은 골목과 경사가 있는 내리막인 지형에 최소한의 안전요원 배치도 미흡했다는 부분에 지자체는 반성해야 한다.

국가애도기간에 피해자들에 대한 SNS 비난도 멈춰야 한다. 이미 유족들은 예상하지 못한 너무나 큰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으며 슬퍼하고 있다.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비난을 중지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19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올 연말에 다양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종로에 타종 행사 등 수만명의 인파가 또 다시 몰릴 것이다. 불필요한 약속을 자제하고 누구든지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이러한 후진국형 재난이 일어난 것에 대해 모두가 큰 충격을 받고 슬픔을 겪고 있다. 한국의 공공안전에 대해 다시 심각하게 점검하고 대응 태세에 돌입해야 한다. 경찰은 뒤늦게 통제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미리 이태원 핼러윈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제대로 통제했다면 이러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초유의 압사 참사에 미리 대비하지 않은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수만명이 몰리기 시작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서울시나 용산구에서 사전 대책을 세우거나 당일 현장 관리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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