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6일 마약류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마약 범죄 수사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범부처적으로 마약 수사 단속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단속·수사와 더불어 의료용 마약류 관리, 사회적 인식 개선, 마약류 예방 교육, 중독자 치료 및 재활 지원까지 강화한다고 했는데, 범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점점 마약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환영할 만한 대책이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0년 마약류 사범은 1만 8050명으로 5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작년 압수된 마약량도 5년 새 8배 늘었으며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21년 450명으로 5년 전보다 3.8배 늘고 20대도 같은 기간 2.4배나 많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마약 사태가 심각한 만큼 더 이상 ‘마약 청정국’ 지위에 집착하지 않고 제대로 된 실태 조사와 함께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인데, 한국은 2016년 이후 이 기준치를 벗어났다. 그러나 가파르게 늘고 있는 청소년 마약 중독은 아직 제대로 된 실태 조사 결과도 없고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와 중독자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보다 훨씬 전부터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숫자에 집착하다보면 장기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병원장은 “마약 청정국 이미지를 지키려는 태도를 빨리 버리고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쟁사회이고 불행지수, 자살률 등이 높아서 마약 중독이 퍼질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 지적도 눈여겨 봐야한다. 

작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의 마약 중독 증가와 이런 상황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대책도 시행해야겠으나 마약 문제는 그 이상으로 큰 범위의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토양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된 듯 보여도 방심한 순간 들불같이 퍼지게 된다. 국내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은 이미 충분히 형성됐으니 이제 마약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첫 단추를 잘 끼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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