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삼성 회장 2주기
유족들, 고인 유지 받아 사회 환원 실천… 유산 60% ‘사상 최대’
전시 매진 열풍에 72만명 관람객 방문… 3500억 경제 유발 효과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추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어린이 지원
수원 선영서 추모행사… 이재용 등 삼성家·김승연 등 한화家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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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회장 2주기(CG). (사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10.25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25일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지 2년이 됐다. 고인이 남긴 미술품 등 이른바 ‘KH(이건희) 유산’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유족들은 ▲문화·예술품 기증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 지원 등 3대 기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등서 특별전… 신드롬 일으킨 ‘이건희 컬렉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작년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7000억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3000억원) 등 의료 공헌에 1조원을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사회 환원이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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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쏟아지는 관심. (출처: 연합뉴스)

미술계에서는 유족들의 결정으로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고위 공직자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평생 수집하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은 기업활동 이상의 위대한 일”이라며 고인과 유족 결정에 존경의 뜻을 나타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이중섭의 ‘황소’ 등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언급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72만명의 관람객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대구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에도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해외 미술관도 이건희 회장 컬렉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굴지의 박물관에서도 이 회장의 컬렉션을 선보일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이 회장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의 맞교환 전시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1주년 기념전의 입장권 예매자 중 20∼30대 비율이 70.4%를 차지할 만큼 젊은 세대로 미술 수요층이 확장됐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특별전을 관람할 때마다 찍은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년에 발간한 ‘이건희 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의 연평균 관람객 수는 310만명으로 추산됐다. 또 전 세계 60여개 미술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 유발 2468억원, 부가가치 유발 1024억원, 취업 유발 2144명 등 총 35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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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기부금 기념행사. (출처: 연합뉴스)

◆국내 첫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추진… 병상 규모 최대 150개

삼성가(家)의 ‘의료 공헌’은 고인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 등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달된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첨단 설비를 갖춘 120~150개 병상 규모로 국내 민간 병원 중 최대 규모다.

또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코로나19 이후 정책으로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의 인력과 자원 확충, 체계 강화’를 꼽았고,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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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암 등 기부 약정식 모습. (제공: 삼성전자)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1만7000여명 지원

유족들이 가정형편 어려운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3000억원을 기부함에 따라 향후 10년간 이들에게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 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작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고 공모 방식으로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사업단은 지난달부터 전국 9개 주요 병원과 함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는 전국의 소아 환자들을 위해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는 환아 검사와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고인의 사회공헌 철학을 이어받은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도 구호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도 매년 수십만명이 자발적으로 보육원, 양로원 등의 시설에서 봉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고인의 2주기 추모식이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현직 삼성 사장단 60여명이 먼저 묘소를 찾아 참배했고, 뒤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과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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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천지일보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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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천지일보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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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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