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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새 위원들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 그 뒤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 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당 서기가 걸어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실업률은 치솟고, 끝없는 코로나19 봉쇄방침은 기업과 주민들 사이에서 계속 혼란을 일으킨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 정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과도 긴장 상태에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직면한 문제 목록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10년 동안 이런 문제들은 악화됐을 뿐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강화된 시 주석의 공산당 통제력은 23일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정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국가, 군대 등 모든 부문에서 지도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위원회의 수장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집권 3기를 선포하며 평생 통치할 권력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종종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문제가 악화할수록 비난을 피할 여지도 줄어든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SOAS) 소속 스티브 창 교수는 전날 CNN에 “시진핑 장기 통치의 최악의 적은 시진핑 자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했을 때 중국 경제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 긴밀하게 왕래하며 호황을 누렸다. 불과 4년 전에도 중국은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당은 부패, 내분, 비효율적인 업무로 위기에 있었는데 시 주석의 해결책은 독재 통치로 돌아가는 방법이었다.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으로 정적을 숙청하고 내부의 반대 의견을 잠재우며 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고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넣었다.

비판적인 조언이 부족한 독재 정권에서 지도자들은 권력 남용과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 쉬워진다. 창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강한 남자 신드롬’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며 “그들은 그들의 정책 조언 서클을 반향실(같은 목소리만 메아리치는 공간)로 바꿨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봉쇄 문제도 시 주석의 3연임 통치 기간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전염병 3년째,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웠음에도 중국은 팬데믹 초기와 같이 봉쇄와 검역을 고수하며 ‘확진자 제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봉쇄는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를 극적으로 감소시켰다. 청년 실업률은 거의 20%에 달했다.

시 주석의 지도력에 관한 책인 ‘오버리치’의 저자이자 21세기 중국센터의 수전 쉬크는 “시 주석은 유능한 사람이 아닌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진급시키기 때문에 주변 지도부는 자신이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증명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며 부하직원들이 시 주석의 비위를 맞추는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도를 넘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있어서도 지역 관리들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따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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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화장실에 적힌 또 다른 시 주석 규탄 메시지 (Citizensdailycn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소비자 신뢰 지수 하락… “시진핑 독재 반대 시위 확산”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대도시에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 전역의 기업들과 주민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오랫동안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여론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시 주석이 처음 두 번의 임기 중 대부분은 인기가 좋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민주 거버넌스 및 혁신을 위한 애쉬 센터가 수만명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조사에 따르면 시 주석의 첫 임기 5년간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중앙정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에 대한 지지는 전염병 초기 때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중국 정치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대중의 지지와 함께 중국 중앙 및 지방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승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최근 봉쇄가 계속되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며 이런 여론이 계속 유지되는지는 의문이다.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국가 통계국의 소비자 신뢰 지수다. 연초에는 121.5로 낙관론과 비관론이 갈리는 100을 훌쩍 넘었으나 4월에는 86.7까지 떨어졌다. 이는 정부가 30여년 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4월 이후 소비자 신뢰 지수는 이 수준을 맴돌고 있다.

최근 중국 내외에서 벌어지는 시 주석의 3연임 규탄 시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시내의 한 다리에 걸린 현수막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닌 일상적 삶을, 봉쇄가 아닌 자유를, 퇴행이 아닌 개혁을, 독재가 아닌 선거를, 노예가 아닌 시민을 원한다’는 내용이 적혔었다.

순식간에 당국에 의해 현수막은 철거됐으나 이 내용이 담긴 메시지는 공중화장실이나 대학교 캠퍼스 곳곳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날 CNN은 중국 도시들과 세계 수백개 대학에서 시 주석의 독재를 비난하고 현수막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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