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 때 수문장 제도 본격화
궁궐 호위 방식의 세분화 돌입
지역에서는 묘전 수호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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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왕실 근위대 군악대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에서 열린 ‘서울 왕궁수문장 특별행사’에서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16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서울 도심에서 동서양 군례 의식이 펼쳐졌다. 영국 스코틀랜드 근위대 군악대와 서울 왕궁 수문장 등이 선보인 행사였다. 이들의 군례 의식 동작과 복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성이 느껴졌다. 영국 스코틀랜드 근위대는 3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은 영국 왕궁 등 주요 시설의 경비와 국가원수의 사열식을 담당하는 영국 육군 부대다. 

우리나라도 수문장(守門將)이 서울 왕궁을 지켰다. 오늘날 궁궐과 숭례문에서 재현되는 수문장 교대 의식은 조선 왕실의 호위 문화를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조선시대 수문장은 어떻게 기록돼 있을까.

◆국가와 임금 지키는 수문장 

수문장이란 도성과 궁궐의 문을 지키던 무관 벼슬을 의미한다. 도성과 궁궐의 수비는 국가와 임금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조선시대 건국 직후에는 궁마다 고위 무관인 호군(護軍)이 번갈아 가며 문을 지켰다. 

수문장에 대한 기록은 1461(세조 7)년에 처음 등장한다. 이 당시 수문장은 임시직이었고 정식으로 임명된 것은 1469(예종 1)년부터다. 예종실록에 따르면,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이제부터 별도로 수문장을 세우고, 또 수문장패(守門將牌)를 만들어 날마다 낙점(落點)하여 수문(守門)하게 함이 어떻겠는가”라고 명하자 승정원이 그대로 따랐다. 이때 수문장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궁궐 호위 방식의 세분화가 이뤄지게 된다. 

성종 대에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이 완성되면서, 수문장의 임무가 법제화됐다. 당시 수문장은 서반(무반) 4품 이상 중에서 왕에게 추천한 후 임명을 받았다.

수문장은 크게 도성 문을 지키는 도성수문장과 궁궐 문을 지키는 왕궁수문장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왕궁수문장의 역할은 매우 컸다. 왕의 신변 보호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문장하면 보통 왕궁수문장을 지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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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왕실 근위대 군악대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에서 열린 ‘서울 왕궁수문장 특별행사’에서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17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국가는 혼란스러웠고 궁궐의 수비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수문장 제도가 크게 정비됐다. 1746년(영조 22)에 완성된 통일 법전인 ‘속대전(續大典)’에 수문장이 별도의 정직(正職)이 되고 수문장청이 설치된다. 

조선 전기 수문장은 궁궐과 도성 문을 관장했지만, 이때부터 왕이 거처하는 궁궐 문만 담당하게 됐다. 반면 오군영(五軍營)이 수도 및 궁궐 치안을 맡았다. 또 수문장은 왕을 호위하는 운검차비(雲劒差備:운검을 차고 임금의 좌우에 서서 호위)를 관장했다.

조선의 마지막 법전인 ‘대전회통(大典會通)’에는 수문장청과 다른 별도의 각전수문장이 등장한다. 이들은 지역의 묘전(廟殿)을 수호하기 위한 수문장으로 전주의 조경묘·경기전, 함흥의 선원전, 수원의 화령전에 각각 설치됐다. 

이처럼 수문장은 단순히 문만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왕의 안전은 곧 국가의 안위와 연결되므로 그 사명은 막중했다. 이들의 왕실 호위는 고종 대에 군제 개편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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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10.17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 20주년

오늘날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2002년 시작됐다. 1996년 당시 재직하던 서울시 문화과장이 ‘우리도 영국처럼 왕궁에 수문장 교대의식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고증 부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반대에 부딪혔지만, 관광과로 소관 부서가 이전됐고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로 수문장 교대 의식이 처음 시작됐다. 

이후 꾸준한 고증 작업으로 현재 경복궁에서는 수문장 교대의식, 광화문 파수의식, 수문군 복식체험 등이 운영 중이다. 개천절인 지난달 3일에는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 20주년’을 맞이해 수문장 임명의식 특별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전국의 수문장들이 흥례문 광장에 모두 모여 국왕의 임명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했다. 또 16일에는 동서양 군례 의식이 진행돼 국민과 관광객에게 조선 왕실의 호위 문화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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