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했을 때 각자마다 그 생각하는 것이나 중요성의 척도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서로에 대한 믿음, 공동체의 신뢰라고 할 수 있고 혹자는 부와 권력 등을 말할 수도 있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개인의 성향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중요성의 무게가 다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로 지켜져야 할 것은 도덕성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한 공동체를 같이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어찌 그 공동체를 이끌어가며 키울 수 있겠는가. 서로에 대한 믿음 또한 도덕성의 일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믿음, 신뢰, 정직, 예의와 범절 그리고 양심.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도덕성’이라는 단어로 묶어 생각해보자.

위에 열거된 것들 중 하나라도 결핍이 된다면 너와 나 사이의 작은 인간관계에서부터 공동체,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혹여 돌아가고 있더라도 그것은 100% 완벽한 맞물림은 아닐 것이다. 개개인의 인간관계가 힘들고 직장생활이 힘들고, 지역사회가 어렵고 나라살림이 어려운 것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도덕성의 결핍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를 유지하는 객체 중 하나가 정해놓은 법과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거나 도덕성의 결핍을 나타낸다면 분명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최근 자사 의약품을 병원에서 더 많이 처방받고자 전국 병·의원 의사들에게 45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의사들은 리베이트로 받은 법인카드로 해외여행비나 고급시계 등을 최대 1억 원까지 결제하면서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을 경쟁사 대비 3배 많게 처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병·의원 의사들을 상대로 법인 신용카드, 현금 등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며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CJ제일제당 등 국내 유명 제약업체 3곳과 부사장급 임원 등 해당 업체 임직원 18명을 형사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CJ제일제당과 임직원 15명은 2010년 5월부터 리베이트 제공업체뿐 아니라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시기인 같은 해 11월까지 자사에 우호적이거나 자사 약품 처방이 많은 전국의 의사 266명을 ‘키 닥터(key doctor)’로 선정, 법인카드를 1장씩 제공해 43억 원을 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되자 CJ제일제당 측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임의수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하거나 신용카드 가맹점에 포인트 적립내역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등 증거 은폐나 수사 방해를 시도한 정황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들은 CJ제일제당의 의약품을 유사한 경쟁사 약품보다 많게는 3배 이상 처방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돈’의 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냐고 물을 수도 있고, 성분이 유사하다면 어떤 약을 처방하든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는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부분임에도 관례라는 말로 이를 무마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먼저 의사의 의약품 처방에 대한 부분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성분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의사가 생각했을 때 환자에게 더 적합하고 유리한 의약품을 처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리베이트로 인해 환자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갔을 때는 온전히 그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다. 그런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진료 이전에 이미 상대방에게 극약을 처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직업군에 속해있든 자기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히포크라테스선서를 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잘못된 이익을 위해 환자를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비단 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줄 의도였다면 투명하게 드러나는 법인카드를 쓰지 않았을 것이고 대가성도 없었다. 수사에 성실히 응했고 앞으로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비단 이런 의사와 병원, 제약회사 간 이런 리베이트가 어느 한 업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관례상이라는 이유로 혹은 경쟁업체가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 또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 혹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이유로 인해 법을 어기고 양심을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부터 양심을 지키려는 그 마음이 모이고 모이면 분명 지금보다 좋은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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