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에는 매년 140만여 명의 내외국인이 모인다. 외국인 전용 낚시터를 마련할 만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CNN에서는 산천어축제를 겨울의 7대불가사의로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재단법인 나라)
축제 하나로 140만 명 사로잡은 저력
평화ㆍ생태도시 화천으로 날개 펼쳐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평소 주민 2만 5천여 명이 전부인 강원도 화천군에는 매년 1월이 되면 140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영국 CNN 방송에서는 작은 마을 화천에 이같이 사람이 몰려드는 것을 기이하게 여겨 겨울의 7대불가사의로 보도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축제기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밥 먹을 시간도 없네요. 허허.” 행사기간 화천군청 주차 관리 담당을 맡은 한 군민이 군청 현관 앞 관리소에서 급히 점심을 때우며 하는 말이다. 이같이 축제기간이 되면 화천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축제 구석구석을 살피며 자신의 일처럼 축제를 돌본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 겨울철 축제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런데 화천의 저력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화천 정갑철 군수는 세계의 평화가 시작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곳이 바로 이곳 화천이라고 소개한다.

군민들과 마찬가지로 산천어축제 기간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나 평화의 도시 화천에 대해 들어봤다.

▲ 산천어 축제기간 만난 정갑철 화천 군수. 그는 이날 평화의 도시 화천에 대해 소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화천이 본래 평화의 도시는 아닐 수 있죠. 대한민국 땅덩어리 중 전쟁의 상흔이 깊다면 가장 깊은 곳일 테니까. 하지만 화천이 평화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그러한 일들을 하니까, 이제 평화의 도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3선 군수로 군민들의 오랜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 정 군수는 일찍이 평화·생태특구 조성사업이 화천의 미래가 달린 사업이라고 강조해왔다. 또 분단의 아픔이 서린 화천을 세계 대표 평화 상징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그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왔다.

정 군수가 설명하듯 화천은 전쟁의 상흔이 그 어떤 곳 보다 깊은 곳이다. 화천댐 상류에 위치한 호수 파로호는 6·25전쟁 화천전투 때 유엔군과 중공군의 접전으로 중공군 3만여 명이 수장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 호수의 이름을 오랑캐를 물리쳤다는 뜻으로 ‘파로호’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지금은 파로호가 전쟁의 상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청명한 호수이지만, 접전 당시는 죽은 군인들의 피로 핏물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수장된 3만 명의 중공군뿐 아니라 이들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우리나라 군인을 비롯한 유엔군까지 모두 합치면 약 10만여 명의 죽은 영혼이 파로호와 백암산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10만을 위로할 수 있는 위령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넋을 위로 하면서 세계인들이 와서 평화의 종을 치면 우리 모두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또 화천 ‘평화의 댐’은 애초 북한의 금강산 댐을 대응하기 위한 댐이었다고 한다. 어찌됐든 평화의 댐은 그 존재 자체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흔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하는 정 군수는 “우리가 그러한 댐을 바라보며 끝나지 않은 전쟁을 상기시킬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끝으로 평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천은 2005년 세계평화의 종 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전 세계에서 평화의 염원을 담은 탄피를 기증했고, 2009년도에 그것을 녹여 37.5톤 규모의 세계평화의 종을 제작했다.

세계 30개국의 전쟁 탄피를 기증 받아서 세워진 이 종은 탱크 한 대의 무게와 부피를 지닌 37.5톤, 높이 4.8m, 폭 3m의 거대한 종이다. 종 상단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있는데 북쪽을 향한 한 마리의 오른쪽 날개가 잘려 있다. 통일 후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날개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화천 감성마을에 거주중인 소설가 이외수 씨는 “평화의 종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소녀를 향해 쏜 탄피, 2차대전 때 독일 병사들이 유태인을 학살할 때 쓰인 탄피 소리 등 참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이 종을 치면 평화의 메시지가 전 세계로 전송될 것이라는 만든 이들의 기대와 염원이 또한 이 종소리에 담겨 있다. 이 종을 타종하려면 500원을 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걷혀진 돈이 연간 2000여만 원에 이른다. 이 돈은 모두 에티오피아 학생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 남강나루소금배 풍속화_소금배항해(사진제공: 재단법인 나라)
화천은 평화와 관련한 평화의 종 순례사업, 평화포럼, 심포지엄 등도 개최한다. 또 산천어축제와 여름철 쪽배축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평화성금 모금활동 등을 전개하기도 한다.

화천시는 작년 제1회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에 선발된 인원을 평화사절단으로 임명했다. 또 월드미스유니버시티(WMU) 국제대학생 평화봉사단 조직위원회 본부를 화천에 두고 이들을 세계에 ‘평화의 도시 화천’을 알릴 홍보대사를 위촉했다.WMU 2011년 참가자들은 위령탑을 만드는 데 사용하라고 자국의 돌과 탄피를 직접 가지고 왔다.

정 군수는 “60년 전 우리 선조와 세계의 병사들이 희생된 곳에 젊은 세계의 여대생들이 십시일반 가지고 온 돌과 탄피를 가지고 기념 조형물을 만든다면 그 상징성이나 가치가 더 빛나지 않겠는가”라며 “이제 평화에 대해 화천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를 우리 강원도민들, 나아가서 한국인들 그리고 세계인들이 인정한다면 자연스럽게 화천은 세계평화의 도시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천군의 이러한 노력은 올해 강원도와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가 세계 유일의 분단 상징물인 비무장지대(DMZ) 60주년 사업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6.25 전쟁 정전 60주년 및 DMZ 설치 60주년을 기념한 사업이다. 도는 국제 수준의 추모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DMZ 가치를 세계화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평화운동가와 국내외 석학, 종교지도자 등을 초청해 DMZ 평화포럼과 남북공동사업 공론화를 위한 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 화천은 강원도 DMZ 접경지역 5개 시‧군과 함께 통일 한국을 여는 평화마을로 조성될 계획이다.

산천어 축제의 고장 화천군은 방문한 누구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솟아나는 곳이다. 이제 그러한 화천의 면모가 날개를 달고 퍼져나가 평화를 노래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정 군수의 바람에는 진심이 가득히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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