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최근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권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009년 이후 꾸준히 1%대에서 맴돌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주요 은행과 카드사마다 일제히 2%대로 올라서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신용카드 연체율 급증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진 서민들이 고금리 카드론 등으로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제2의 카드사태’ 우려도 대두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이 낮다. 첫째, 모집인 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카드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모집인 관리 및 모집 방법 등 질적인 차원에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카드사태 당시의 높은 카드대출 비중과 달리 현재는 신용판매 위주로 변하면서 카드자산과 이용액 구성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 셋째, 국내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이 늘어나는 등 카드사용이 과소비와 가계부채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넷째, 감독당국도 잇달아 카드시장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고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카드산업은 각종 수수료 인하 압력과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당경쟁이 지속될 경우 저신용자 시장으로의 진입 확대로 인해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대손율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에는 유의해야 한다.

이제 국내 카드산업은 외형경쟁보다 경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먼저 카드업계 경영은 안정과 내실에 중점을 두면서 고객에 대한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인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신용자 대상의 공격적 마케팅보다는 기존 고객의 유지와 메인 고객화 등으로 수익성, 건전성, 유동성 중심의 보수적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통계에 기반한 분석과 고객차별화를 통하여 리스크에 기초한 적절한 가격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특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맹점 수수료 위주의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리볼빙(revolving)카드 활성화를 통한 이자수입과 결제관련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아웃소싱을 고려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 확충에 주력한다면 국내 카드산업은 멀지 않은 시간에 동북아 카드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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