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식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불법사금융 척결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서민금융 지원액 턱없이 부족, 지원 확대해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빚 독촉에 시달리던 택시운전사가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원주에서 발생했다. 곽모(65) 씨는 아들 결혼자금이 필요해 폭력조직 전 행동대원인 김모(37) 씨로부터 800만 원을 빌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후 곽 씨는 연리 400%의 원금과 이자까지 요구받았고 돈을 갚지 않자 김 씨가 수시로 찾아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택시운전사에겐 연리 927%의 사채까지 쓰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으로 밝혀진 사례 중 하나다.

경찰청은 지난 4월 18일부터 보름 동안 전국적으로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진행한 결과 금융범죄사범 1028명(729건)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45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검거 인원은 특별단속 기간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436명보다 136% 증가했다.

단속 결과 고리사채, 불법 채권추심 등 불법 사금융 범죄가 84%(867명)로 가장 많았고 대출사기 7%(71명), 유사수신 5%(57명), 전화금융사기 4%(33명)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현재 서민금융 지원액이 수요의 1/9에 불과해 서민들이 고금리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4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취약계층, 삶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서민금융상품 지원 총 누적액은 4조 9000억 원이며 대부업체의 2011년 상반기 공식 집계 대출액은 8조 6000억 원이다. 여기에 불법사채 이용액(30조 원 이상 추정)까지 더하면 서민금융의 수요는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서민금융 지원액 부족은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인용해 “저소득 및 저신용 계층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 대부업체가 감소세를 나타내는 것도 불법 사금융 확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제17차 대부업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실물경기 둔화,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 등으로 등록 대부업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대부업체 추심 강화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 및 대부중개업자 수는 1만 2486개로 6월 말 대비 6.7% 감소했다.

이에 추 부위원장은 “대부업이 위축될 경우 저신용층 등의 금융 지원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 “등록 대부업의 성장세 둔화가 불법 사금융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불법 사금융 단속·관리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소상공인들의 부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이 업체 경영 등을 위해 현재 외부로부터 빌리거나 조달한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의 62.2%가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다’고 응답했고 8.3%는 ‘돌려막기로 이자만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즉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이자내는 데 급급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단 강삼중 단장은 “최근 계속되는 내수부진과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극심한 매출부진과 자금 곤란을 겪고 있어 부채에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일부는 불법사채를 빌려 쓰는 등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단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소상공인 대출은 물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재원을 확충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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