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붙잡힌 것으로 알려진 탈북자 수십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정부에 비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가 이미 북송됐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들이 북한으로 끌려가면 공개처형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북한이 탈북자에 대한 처벌을 기존보다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 애도기간에 발생한 탈북자에 대해 3대를 멸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못해 미미한 수준이다.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 등을 추진하기는커녕 관련 상임위조차 하나 열지 못하고 있다. 선거철을 만난 여야의 마음이 온통 선거판에 가 있기 때문이다. 당은 당대로, 의원은 의원대로 임박한 4.11 총선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고, 국회는 텅 비었다. 일부 의원만이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행사에 참석해 목소리를 낼 뿐이다.

이 정도면 정치권에 과연 탈북자들을 살려낼 마음은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장해왔던 여당마저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비교섭단체에 속한 일부 정당에서 탈북자 문제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형편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서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할 때다. 초강대국인 중국을 우리나라의 힘만으로 움직이기는 힘들다.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중국 정부가 난민 협약을 따르게 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탈북자 문제를 외면한다면 정치권이 지금까지 입버릇처럼 해왔던 ‘국민을 위하겠다는 소리’는 말뿐인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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