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해 6월 천지일보를 통해 ‘승부조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필자칼럼에서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다룬 적이 있다. 당시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것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눈에 드러나지 않은 부정의 암초들이 프로스포츠 곳곳에 잠재해 있기 때문이었다. 돈을 놓고 배팅을 하는 스포츠토토가 시행되는 프로축구를 비롯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인기 프로스포츠는 언제든지 돈을 벌기 위한 승부조작의 개연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려했던 사실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사건의 파장이 더 크고 깊다. 프로배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부조작이 밝혀진 데 이어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적발됐다. 프로배구는 관련된 선수와 브로커들이 구속되거나 영구제명 등의 중징계를 받았으며, 프로야구는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게다가 프로농구까지도 승부조작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프로스포츠 전반에 승부조작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승부조작 사고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국내도 외국과 같이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1960년대 한창 잘 나가던 프로레슬링이 한 유명 선수가 사전 승부담합이 이루어지는 관행을 공개하고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폭탄선언을 하는 바람에 인기가 급전직하, 사양길로 접어든 적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 이후 본격적인 프로화의 길을 걸었던 국내 스포츠는 2000년대 들어 스포츠 경기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한 후, 배팅해 실제배당금을 지급하는 스포츠토토제가 시행되면서 불법적인 승부조작이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승부조작은 돈이 궁한 선수들과 수단방법을 가지지 않고 돈을 벌려는 브로커들의 사전담합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팀에 있다가 군 의무복무를 위해 상무팀에 입대해 돈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브로커들이 접근하면서 상무팀과 관련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자행됐다. 프로축구와 남자배구가 그와 같은 형태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여자배구와 프로야구의 경우는 좀 달랐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프로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승부조작의 형태가 더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황금만능주의가 물들어 있는 사회적 병폐가 프로스포츠 세계에도 깊게 침투해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이제 프로스포츠는 사생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몰락하느냐 회생하느냐는 중요한 단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과거 프로레슬링이 무너지듯, 부정한 방법으로 승부가 제멋대로 이루어지면 공정성과 신뢰가 우선시 되어야 할 프로스포츠는 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고 만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책을 마련하고 신뢰감 높은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승부조작은 선수의 경제적 사정, 프로스포츠 운영의 허점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승리만을 추구하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내몰린 선수들은 자칫하면 돈의 유혹에 넘어가기가 쉽다. 프로스포츠 리그 운영에서도 무리하게 배팅을 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안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가 생존을 위한 공동 운명체가 되는 것처럼 돈이 필요한 선수와 배팅 운영의 허점을 노린 브로커들이 손잡아 승부조작이 벌어진다. 따라서 승부조작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책들이 세워져야 한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선수들을 위한 인성과 위험관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경기외적인 지원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차원에서도 각종 승부조작을 관리, 감독할 정밀 감독 시스템 등을 철저히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의 순사가 감당 못한다’는 옛 말이 있듯이 철저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승부조작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프로스포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고 최상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소비자들인 팬들은 최상의 상품에 아낌없는 갈채와 후원을 보내는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