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옥 홀더 지역아동센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학생 수와 비교해 교사가 부족한 것이 항상 안타까워
아이들 밝아지고 자존감 찾아가는 모습에 보람 느껴

[천지일보 광주=이지수 기자]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을 다뤄 사회에 큰 파문을 몰고 왔던 영화 ‘도가니’. 영화 속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실화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한 번 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화학교 사건이 일어난 2005년, 더는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아이들을 보듬고 품어준 곳이 바로 ‘홀더 지역아동센터(홀더센터)’다.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카페홀더’에서 김혜옥(사진) 홀더 지역아동센터장을 만났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보금자리
“광주 인화학교 사건 후 학교에 남아있을 수 없던 아이들은 머물 곳이 필요했어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운영위원들이 돈을 모아 공부방을 만들었죠. 그 후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금의 홀더 지역아동센터가 된 거예요.”

‘홀더’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약칭이다. 홀더센터는 청각장애청소년과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습과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홀더센터에 있는 청각장애 학생들은 대부분 중‧고등학생들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의 나이에 맞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현재 없다는 것이죠. 내년에 공립특수학교가 생긴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사건 당시 인화학교에 다니고 있던 아이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돌아오는 아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 센터장이 가장 걱정하고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잘 성장해 사회에 나가 자기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돼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분위기가 필요하죠.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김 센터장은 부모로부터 관심과 교육을 잘 받은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사회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회성을 위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김 센터장은 센터에서 교육받으며 아이들이 밝아지는 모습,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센터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어요. 이곳에는 청각장애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체장애인들도 함께 있죠. 아이들이 이곳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그러나 그는 학생 수와 비해 교사가 부족한 것이 늘 안타깝다고 말했다.

▲ 홀더 지역아동센터 겨울 캠프(홀더 지역아동센터 제공)

“방학하면 대학교 아동복지학과나 수화동아리에서 대학생들이 방문해 도와주고 있지만 센터의 교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3명의 교사가 23명이 넘는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사가 충원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죠.”

◆아이들의 꿈‘ 카페홀더’
지난해 12월 홀더센터에서는 ‘카페홀더’ 1호점을 열었다. 이곳은 인화학교 출신 학생들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커피숍이다. 김혜옥 센터장은 카페홀더는 아이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카페홀더에서 훌륭한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카페를 열기까지 가장 많이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었어요. 단순히 카페를 시작해서라기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하지만 카페를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고 재정이 어려워 대출을 받으려고까지 생각했어요. 다행히 많은 분이 후원해주시고 도와주셔서 대출받지 않고 무사히 시작하게 됐죠.”

카페 오픈을 위해 홀더센터에서는 지난해 8월 ‘행복의 도가니’라는 제목으로 후원의 밤을 열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님과 탤런트 김여진 씨 그리고 가수 박혜경 씨 등 많은 분이 당시 후원의 밤에 참여하셔서 도움을 주셨어요. 특히 공지영 작가님과 창비 출판사에서 많은 금액을 후원해주셨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는 얼마 전 미국 LA에서도 성금을 보내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LA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 ‘도가니’를 보고 관람객들이 모금한 후원금을 홀더센터로 보내온 것이다. 김 센터장은 멀리서 보내온 뜻 깊은 성금인 만큼 감동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카페홀더에는 청각장애인 3명과 사회복지사 그리고 매니저 등 5명이 운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카페홀더에서 아이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잘 받아 다른 카페에도 취직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카페를 늘려가는 것도 좋겠지만 현재는 내실을 잘 다져 카페홀더를 통해 아이들의 꿈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인화학교 출신 학생들이 운영하는 커피숍‘카페홀더’ⓒ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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