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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탈북자들의 사회 진출이 예전보다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인’으로 떠도는 경우가 많다. 특히 2만 3000명 탈북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50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특유의 생활력과 성실함으로 일을 척척 해나가지만 노동시장의 밑바닥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자유민주주의’의 태양 아래서 태어나 수십 년간 ‘자본주의’ 물을 먹고 자란 남한 사람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 탓이다.

탈북 여성 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 여성들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탈북 여성이기도 한 그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취업을 못하는 40~50대 탈북 여성에게 요양보호사직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대표의 포부는 단순히 탈북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년에 들어선 탈북 여성은 가정생활도 해볼 만큼 해봤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일을 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요. 특히 일을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집을 방문하면 한국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을 설명할 수 있고, 이들을 통해 남한 사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소중함도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이 대표의 비전은 선명하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것과 더불어 탈북자들이 주도하는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남한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곧, 단순히 먹고사는 데 급급한 탈북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에 힘이 되는 단체를 꾸려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활동도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사실, 우리 단체의 임원은 대부분 젊은 대학생들이에요. 이들이 대안학교에서 과외를 하거나 하면서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이 대표는 여군 출신이다. 1992년에 북한군에 입대해 10년간 근무를 하고 상사로 전역했다. 정확히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 최악의 식량난)’ 한가운데서 군 생활을 한 셈이다. 당시 군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힘들었죠. 일단 국가에서 쌀을 갑자기 주지 않기 시작했어요. 일인당 국가에서 하루 800g은 줘야 하는데, 550g으로 양이 줄었죠. 거기에 중대장·소대장·분대장·선배는 물론 취사병까지 나서서 중간에서 쌀을 빼돌리니까 실제로 먹는 양은 100g도 안 되요. 그렇게 일 년이 지나니까 부대 내에서 영양실조를 앓는 사람도 생기고 나중에는 병이 생겨서 많이 죽었어요. 그래서 민둥산에다가 묻어주고, 그때 북한에 묘가 엄청나게 들어서서 지금은 뒷산이 다 봉긋봉긋해요.”

탈북한 계기도 물었다. 처음부터 탈북할 생각은 없었단다. 그런 그에게 한국행을 그리게 해준 것이 바로 드라마 ‘올인’이었다.

“여동생이 ‘올인’을 가져다 줬어요. 북한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는 휘황찬란한 카지노를 드라마로 접했죠. 거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생활상도 들어있었어요. 한마디로 현혹적이었어요. 그 뒤로 몇 번 더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탈북 결심을 하게 된 거죠.”

이 대표는 중국에 넘어갔다가 잡혀 강제 북송을 당해 감옥살이를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나원에서 나와 첫 2년간은 하루에 3~4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정착금은 나왔지만 브로커 비용을 주고 나니 돈을 벌어야만 했다.

“일을 많이 하니까 돈도 생기고 먹을 걱정도 해결됐죠. 대한민국에서는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던 가운데 안보강사로 발탁이 됐어요. 그때 조금씩 ‘눈’을 떴던 것으로 기억해요. 먹고 사는 게 끝이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죠.”

그는 “‘종북세력’을 보며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 행복한 땅에 살면서도 왜 종북·친북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왜 북이 좋다고 하는지…. 탈북자는 ‘고향’이 싫어서 온 사람이 아니거든요. 부모·처자 다 두고 온 건데, 종북·친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들과 싸우기보다 인간적으로 포용하면서 의식을 바꿀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싶어요.”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대신 부드럽게 문화적으로 다가서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 대표의 활동 계획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간 탈북 단체 활동은 남성들이 이끌어 왔어요. 그렇다 보니 여성 입장에선 좀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 대표는 더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일이 됐을 때 지금의 젊은 탈북자들이 주축이 돼 뭔가를 해야만 해요. 특히 북한 주민의 의식을 깨우는 일이 꼭 필요해요. 그런 일에 우리 단체가 앞장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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