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휘제
북한전략센타 통일교육본부장
동국대학원 북한학전공(정치학박사)
통일부 통일위원
며칠 전에 탈북자 출신 연예인을 초청해 특강 겸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 중에 ‘안받침(뒷받침)’ ‘수표(서명)’ ‘일없습네다(괜찮다)’라는 용어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반세기 이상 분단으로 남북한의 이질화가 심화한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남한의 한글날은 10월 9일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신 날입니다. 북한은 1월 15일을 한글 창제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남북한이 한글날도 다르게 정하고 있으니 분단의 현실을 절로 실감하게 됩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남북한 사이의 언어정책 상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 통일안과 ‘한글 첫걸음’을 통해 한글을 익히며, 잃었던 우리말을 되찾는 일에 노력해 왔죠. 남북한의 언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1947년 조선어문연구회를 강화하면서입니다. 이후 1966년 김일성의 교시를 계기로 문화어 운동이 대중 속에 뿌리박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언어 표현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행동을 합니다. 이때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외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언어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같은 민족이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를 교환해야 하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통일 이후 생활의 불편함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한복-조선옷, 홍수-큰물, 방망이-방치, 샤워실-물맞이칸, 곧-인차, 맞벌이가정-직장세대, 방청소-방거두매, 오전-낮전, 주택-살림집, 창자-벨, 창피하다-열스럽다 등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도 다릅니다. 짱-대가리(대통), 왕따-모서리로 각각 쓰고 있습니다.

분단이 길어질수록 언어차이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평화통일이 하루빨리 와야만 많은 영역에서의 이질화를 최소화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언어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기에 여기에 관심을 갖고 미리 대비해야만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있는 탈북자들과 만남을 통해 그들을 통일파트너로 인식하고, 쌍방 간 언어이해와 한민족의 언어통일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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