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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탈북자 2만 3000명’ 시대를 맞이했다. 탈북자들의 수가 늘었으니 마냥 좋은 것일까. 과거, 탈북자를 체제 우월의 상징으로 삼던 시절에는 그랬을지 모른다. 이제는 아니다. 2만 명이 넘는 순간, 북쪽에서 온 동포를 경계하는 사회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과연, 우려했던 대로 이곳저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 때문이다. ‘같음’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에 대해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는 9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로의 문화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부러 똑같이 만드는 것은 타자의 본성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공통점이 뭐고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탈북자 적응 문제에 대해 진단하자면

가장 큰 문제는 탈북자들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원 교육과 직업 교육을 받으면 과정이 끝이 난다. 기본 상식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대화를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생산 기반을 획득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생활문화적 측면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편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탈북자 수는 3~4만 명 정도라고 본다. 더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없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측면을 이해하는 토대도 없다.

통일부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나온 탈북자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 신변보호 담당 같은 경우 행안부, 취업 담당은 고용노동부, 건강은 복지부에 위탁 형태로 진행한다. 유기적인 시스템이 없고 플랜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정책 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원에서 하는 교육만으로 안 된다는 얘긴가.

그렇다. 이 사안은 ‘토대’의 문제다. 결혼을 생각해 보자. 20~30년 정도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끼리 문화적 충격이 있듯이 남북은 생활문화 토대가 상당히 다르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들어왔을 때 품고 있던 ‘이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남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그리면서 넘어오게 된다. 이런 인식이 있어서 처음에는 ‘난 잘 적응할 거야’라고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다가 정착 2년 안에 문화적 충돌을 경험하면서 그때야 문화 적응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때는 늦는다. 2년이 흐르고 나면 문화적 충돌과 관련된 교육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남북한 문화 교류,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우선은 북한에 대해 정확히 정보를 전달받고 접근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를 설정해야 한다. 국민이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접근 기회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일단 남북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과서 등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가는 전 국민을 통일 교육의 대상자로 생각한다. 교육을 하려고 드니까 서로 피곤해지는 거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상호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선입관이 많은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민족문화를 잘 계승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면도 많다. 전반적으로 문화부 자체가 통일 문제에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 통일부는 남북문화 교류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고 본다.

-문화적 측면에서 남북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가.

남북 간엔 민족 문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남북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다. ‘겨레말 큰 사전 사업’이나 ‘고구려 역사 유적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협의회 구성’ ‘독도 문제’ 등 합의가 쉬운 부분에서 교류가 가능하다. 특히 문화는 분야와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협력 형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전주의 음식문화, 호남의 전통문화, 충청도의 바이오 생명 에너지, 강원도의 동계 스포츠 교류, 부산의 영화제, 그다음에 애니메이션 제작만 해도 공동 제작, 기술지도협력 부문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아울러 통일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장점이 있고 국제사회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문화교류를 대리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민간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직접 위에서 개입하기보다는 유통될 수 있는 창구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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