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1000명 대상 인식 조사
일상 회복 수준 평균 62.7점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 대응 미흡
“퇴근 후 집 생활에 무기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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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경기=최유성 기자] 코로나19 완화로 일상 회복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경기도민 10명 중 4명이 ‘우울군’으로 집계되는 등 심리 건강이 취약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8일 수원시 영통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도민들. ⓒ천지일보 2022.09.28

[천지일보 경기=최유성 기자] 코로나19 완화로 일상이 회복 국면을 맞이했지만, 경기도민 10명 중 4명은 ‘우울군’으로 집계되는 등 심리 건강이 취약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와 유명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9월 초 경기도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기도민 인식변화 조사’를 한 결과 자기 우울척도 기준 10점 이상(우울군)의 비율이 41.9%로 관련 조사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도민 심리 건강 상태는 코로나19 일상 회복 인식도가 높아진 가운데 나타나 주목된다. 도민의 일상 회복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평균값은 62.7점이었다. 이는 2020년 5월 동일 문항을 적용한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이전까지는 2020년 5월 53.9점, 7월 51.8점, 10월 48.2점, 2022년 1월 47.2점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낮게 나왔다.

일상 회복 점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낮았다. 월평균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은 55.7점, 100만~200만원 미만은 56점으로 일상 회복 수준의 평균값(62.7점)보다 낮게 나왔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도 코로나19 재유행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응답자는 46.1%로 그렇지 않은 응답자(20.4%)에 비해 약 2.3배 많았다. 또한 사회에서 코로나19가 통제·관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43.5%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 21.8%보다 2배 많았다.

‘내가 확진(또는 재확진)될까 두렵냐’는 질문에 51%가 동의했는데, 이는 올해 1월 조사 결과인 54.2%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반면 ‘내가 확진 환자가 될 경우 주변으로부터 비난이나 피해를 받을까 두렵다’라는 낙인 두려움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28.8%로 올해 1월 조사 55.1%보다 대폭 감소했다. 아울러 ‘앞으로 5년 이내 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감염병이 나타날까 두렵다’라는 문항에는 63.8%가 동의했다.

경기도의 재유행 대응 중 미흡한 점을 물었을 때는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제고 방안(23.5%), 증상 의심 시 신속한 진단검사 받기, 접촉 피하기 실천 강화 방안(16.8%)이 주로 나왔다.

코로나19 자율적 예방 강화를 위한 보건당국의 추가적 노력을 물었을 때는 일상에 적용 가능한 맞춤 감염예방 수칙과 권고안 제시(29.2%), 자발적 감염예방 활동을 촉진할 정책적 방안 마련과 실제 지원(24.4%)을 주로 지목했다.

도민의 방역수칙 준수 의식을 보면 예방 행동을 잘 실천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8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내가 원하는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할 수 있다 75.4%, 나의 예방 행동 실천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다 73.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의료 대응 인지도에 관한 문항에서 재택 치료 중 야간이나 휴일에 이상 증상 또는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은 36.4%로 가장 높았다. 무증상·경증 확진이나 재택에서 격리가 불가능한 경우 도움을 받는 방법이나 대면 진료받는 방법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도 각각 33.7%, 25.4%로 나왔다.

이외에도 ‘나는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주의를 기울인다(1월 43%에서 9월 24.2%로 감소)’ ‘브리핑을 신뢰한다(1월 41.4%에서 9월 22.2%로 감소)’ ‘브리핑이 유익하다(1월 40.1%에서 9월 20.8%로 감소)’ 등도 감소했다.

경기도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긴급한 중앙집중적인 재난 대응 상황이 아니게 된 현 시점에서 일상 회복과 함께 자율적 감염 관리를 도울 구체적인 지침 제공과 맞춤형 의사소통 접근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서는 응답자의 48%가 부정적이라 응답했는데, 이는 올해 1월 56.2% 등 앞선 조사들보다 8.2% 낮았다. 코로나19로 겪은 부정적 경험은 경제적 위기(25%), 가족·친구·동료 등 가까운 사람에게 질병, 상해, 폭력(19.5%), 인간관계 문제(1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 위기, 인간관계 등 11개의 부정적 경험 중 최소 1개 이상 겪은 응답자의 비율은 올해 1월 48.9%에서 9월 62.9%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시민들 역시 일상에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노(가명, 31, 남, 수원시 팔달구)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외로워졌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대화도 나누고 맛집도 가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많은 정보를 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친구들과 잘 못 만나 우울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직장 끝나고 집에서 TV나 유튜브 시청, 컴퓨터 게임 등의 생활로 무기력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황미자(가명, 56, 여 수원시 장안구)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돼서 너무 무서웠다. 감염되면 가족들과 친구들도 못 보고 격리되고 처음에는 내가 어디 갔는지 공개돼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웠다”면서 “요즘에는 경각심이 많이 사라졌고 주변에 확진 판정된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증상이 너무 다양해서 걱정이 많다. 제가 감염된다면 증상이 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방역수칙은 지킬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이번 9월 조사를 통해 7~8월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도 상당수 도민은 일상 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도민들이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도움을 드릴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기도가 ㈜케이스탯에 의뢰해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료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 권역 할당 및 체계적 추출법 방식으로 수집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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