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끝났다’는 말을 해서 미 방역당국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이든의 돌발 발언은 코로나19 사태가 마침내 종식됐다는 뜻으로 들렸지만, 정작 미 방역 당국은 아직은 아니라며 발을 뺐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지휘해온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도 이전 보다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처럼 대부분의 국가도 하루빨리 팬데믹은 끝났다고 선언하고 싶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도 힘들고 긴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방역 당국자들의 입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야 한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를 봐도 이제는 거의 출구가 보이는 듯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첫 추석 연휴를 보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위중증 환자는 크게 줄지 않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재유행이 이젠 정점을 지나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실외(마스크 해제)는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아 남은 의무를 해제한다면 가장 먼저 검토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팬데믹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가 지난 5월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했지만, 50인 이상의 행사나 집회의 경우에는 밀집도 등을 고려해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이런 의무마저 해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포츠 경기장이나 콘서트 공연 등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지만,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는 식은 금물이다. 그동안 방역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세계에서도 정상급 수준을 보여 왔다. 따라서 최소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혹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해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의 문제는 철저하게 과학적 접근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조금 늦는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최종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충분히 검토하고 분석하되 국민의 기대감만 키우는 조급한 발언들은 최대한 자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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