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image

포항지역 지하주차장에서 사람이 무려 일곱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한순간에 말이다. 왜 지하에서 사람이 자꾸만 죽어갈까? 자연 재난이 닥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존재가 대한민국 국민인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사람이 죽어간 참사에 원인을 제대로 따지는 건 매우 중요하다.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같은 시대 같은 땅에 사는 사람이 한 사람도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먼저다.

기후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상기후도 처음 마주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일이고 그런 만큼 대책 마련이 가능했다. 국가와 국가기관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직무를 철저히 수행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신림동 참사도 포항 참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국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아 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일곱 명이나 되는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정치인들과 정당들, 특히 거대 정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참사가 터져도 남의 일처럼 대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거대 정당 둘이 법을 만들고자 하면 못 만들 법이 없다. 의석을 합치면 95%에 이르니까. 이들은 평상시 국민의 이득이 아니라 자신의 이득에만 관심이 있다. 정책에는 소홀하고 남 흠집 잡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사이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 때가 되면 별별 공약을 다 내놓는다. 국민은 속고 또 속는다. ‘이번만 믿어보자’ 하면서 이들 정당을 또 찍는다. 유권자가 주권자가 되지 못하고 표 찍는 거수기가 되는 순간 유권자는 주권자의 지위에서 노예의 지위로 전락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두 거대 정당이 자기 자신과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몰두할지라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 권력이 건강성과 균형감을 갖고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중의 이해 실현에 앞장선다면 양상은 크게 달라지리라.

포항 참사와 신림동 참사를 보면 정부와 국회, 나아가 한국 사회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얼마나 무관심한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무능하다.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다수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참사가 났다 하면 현장 가서 사진 찍는 행위 이외의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한 행동을 보라.

오 시장과 윤 대통령은 가족 세 명이 처절하게 죽어간 현장에 가서 무엇을 했나? 사진 찍은 것 말고 생각나는 게 없다. 반성도 없고 자책도 없고 실질적인 대책도 없다. 포항 참사의 경우도 윤 대통령은 현장에 갔지만 다음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은 내지 않고 면피용의 말을 하고 즉자적인 대응을 하는 데 급급했다.

오 시장이나 윤 대통령이 진정한 정치인이자 행정가라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현장에서 해야 할 말은 바로 “내가 잘못해서 고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자기 고백과 참회,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이다.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무엇을 안 했는지 고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방도를 내야 한다. 재난지역 선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사후에 약방문일 뿐이다.

포항 반지하 참사나 신림동 반지하 참사, 상도동 반지하 참사, 서울 서초동 반지하 참사, 인천 구월동 반지하 참사 모두 한국 사회가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팽개치고 성장과 이윤, 효율 만능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대한민국 사회, 이제라도 사람 중심의 사회로 방향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이웃이 살고 내가 산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