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실시간 예배 등
디지털 혁신으로 새 길 모색
신도들 “예배의 자유 만족”
국내 넘어 해외 전도도 활성
“종교의 본질 사라지고 있어”
지도자 영적 역할 중요성 커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서서히 약화하고 있던 종교계에 코로나19 팬데믹의 등장으로 변화의 가속도가 붙었다. 코로나가 앞당긴 디지털 환경 속에서 대전환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종교활동의 패러다임이 급변했다.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로 휴일이면 모여 법회나 예배 미사를 하는 전통 방식이 허물어졌고, 집회를 통해 이뤄지던 기존의 모금, 기부, 포교 활동도 대폭 줄면서 상당수의 종교시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종교계는 신도들이 종교 시설을 찾지 않고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그 결과, 종교가 생존할 수 있는 언택트대안을 탄생시켰다.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종교 행사나 예배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등 종교생활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고 어느새 없어선 안될 필수적 요소에까지 이르렀다. 

◆키오스크로 액수 골라 헌금을언택트 신풍경

코로나19 확산으로 신도들의 발길이 끊기자 적지 않은 개신교회와 천주교회에서는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일 정오 예배는 물론이고 개신교 단체의 정기행사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게 일반화됐다.

확산 초기에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신입 BJ40% 이상이 목사라는 진풍경도 등장했다. 아프리카TV, 트위치, 카카오TV, 네이버TV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예배 시간인 오전 11시를 전후로 다양한 교회 이름의 온라인 예배생방송 채널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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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이 지난 2020년 9월 6일 주일정오예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아프리카TV 캡처)ⓒ천지일보 2022.09.01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당시 아프리카 TV 조사에 따르면 종교 관련 누적 방송 개설 수는 전보다 2배 늘었고 평균 동시 시청자 수는 2.5배 증가했다.

신도들은 목회자의 설교 말씀을 직접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예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신도는 자신이 속한 교회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재평가하게됐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이 교회 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보고 있는데, 원래 다니던 교회보다 더 좋은 교회를 발견하게 됐다전에 교회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은혜를 매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여건이 되지 않아 교회에 가지 못했는데 온라인 예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좋다는 소감도 있었다. 

언택트는 헌금의 지형도 바꿔놨다. 대형교회를 넘어 중소형교회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무인 정보단말기 헌금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키오스크(kiosk, 무인단말기)는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무인점포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결제 방식으로 손님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한다.

교회에 설치된 키오스크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감사헌금’ ‘십일조헌금’ ‘주정헌금’ ‘선교헌금’ ‘생일감사헌금’ ‘건축헌금’ ‘장학헌금’ ‘기부금’ ‘기타헌금등 항목을 고른 뒤 10000만원 단위로 금액을 선택해 결제 버튼을 누른다.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일부 교회의 키오스크는 신도들이 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포인트를 가상자산 형식으로 받을 수 있으며 적립된 포인트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헌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불교계에도 언택트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산문이 폐쇄되고 대면 법회가 오랜 시간 중단되면서 부처님 오신날 연등회부터 연등 안내, 접수 등 각종 종교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시작됐다.

개신교와 같이 불교에도 온라인 보시 문화가 정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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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봉선사에서 디지털 불전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조계사를 비롯해 합천 해인사, 화성 항하사, 남양주 봉선사 등 사찰 여러곳에는 디지털 불전함이 도입됐다. 합천 해인사의 경우 유튜브채널인 해인사TV를 통해 키오스크 불전함 설치를 알리기도 했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영상을 통해 참배객과 탐방객 중 신발을 벗기 힘들거나 거동이 힘든 분들, 현금을 잘 안 갖고 다니시는 분들이 부처님께 공양도 올리고 보시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러 신도님들이 권유하셨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유튜브 세미나 2천만뷰, 종교 지형 흔드는 온라인의 위력

SNS 등을 활용한 전도, 교육 등도 종교활동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대면 전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일부 종단은 유튜브 등을 적극 활용해 비대면 전도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종교계에서는 교육 콘텐츠 등을 짜고 질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한 설비와 인력에도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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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회가 진행한 '하나님의 새언약 계시록 예언과 성취증거' 세미나와 '천국비밀 비유와 실상 증거' 온라인 세미나의 모습. (제공:신천지예수교회)ⓒ천지일보DB

신천지 예수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시온기독교선교센터의 신규 등록 수강생은 10만명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총 91000여명, 해외 35000명이며, 최근까지 집계된 수강자는 10만여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신천지예수교회의 각종 교육 영상 콘텐츠들은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2회씩 신천지예수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는 시온기독교선교센터의 초·중·고등 과정 세미나 영상은 지난 7월 7일 기준 조회수 2200만뷰를 돌파해 이목을 받았다. 세미나 영상 중에서도 가장 조회수가 높은 강의는 시온기독교선교센터 고등 과정인 ‘요한계시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세미나 조회수는 요한계시록 1장(72만회)이 가장 높았으며 요한계시록 2~3장(51만회), 요한계시록 4~5장(47만회) 순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구독자는 6만명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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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09.01

교계에서는 신천지예수교회의 온라인 세미나가 흥행한 바탕으로 온라인을 꼽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신천지 교리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성교단과 이단 시비 논란으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가 깨졌고 최근에는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교시설을 직접 찾을 수 없는 신도들을 위해 마련된 온라인 세미나가 언택트 시대를 맞아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시온기독교선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시작부터 오프라인 센터 운영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교육과정과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비대면 시대를 고려한 빠른 판단이 꾸준한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시청자로 전락한 신도들 향후 온라인 성패, ‘이것’이 가를 것 

지난 7월 28일 국민일보는 “교회서 주일 헌금 드릴 때 키오스크 터치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 한 편을 공개했다. 기사에서는 경기도 안양 벧엘교회가 교회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카드로 헌금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박한 것은 교회와 성도들은 키오스크 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포인트를 가상자산 형식으로 받을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를 통한 카드 결제로 10만원을 교회에 헌금하면 그 신도는 결제 금액의 0.4%인 400원, 교회는 0.6%인 600원이 가상자산 포인트로 적립된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저 교회가 상업적으로 보여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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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사에 실린 헌금 키오스크 모습. (출처:국민일보)

“대한민국 교회의 현실인가. 이건 정말 갈데까지 간 것 같다.”  네티즌 A씨는 이같이 말하며 “헌금이란 금액을 어떤 기준으로 정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진 모르겠지만 하나님 말씀을 전달하는 교회가 결국 말씀보다 헌금(액수)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탄식했다. 

이는 종교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바라보는 일부의 생각이다. 신앙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온라인 상에는 키오스크에 대한 논쟁이 최근 불거졌는데  이에 부정적인 네티즌들은 교회가 헌금 등 재정 수입에 집착한다며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맥락에서 온라인 예배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신자들의 종교생활 참여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제 목회자 개인의 인기나 화술이 아닌 설교 등 신도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교리 컨텐츠’로 승부 볼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개신교는 신도 대다수가 교회가 아닌 디지털 기기로 예배를 드릴때 집중도 등 상당 부분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지난 2월 24일부터 8일 동안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81.2%가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게 집중이 힘들다고 답했다. 2020년 4월과 12월, 2021년 6월과 지난 2월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각각 53.6%, 51.0%, 53.9%, 52.9%가 온라인 예배의 만족도가 현장예배보다 떨어진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목회자에 대해 말씀 등 목양적 기대는 더욱 커졌다. 절반 가까운 개신교인은 코로나 기간 중 목회자에게 ‘예배와 교육, 교제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도입과 활용(43.3%)’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가장 큰 우려로 지목되는 점은 바로 ‘습관화’다. 신도들이 예배자가 아닌 시청자로 전락하면서 영성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4.9%는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드렸느냐는 질문에 “그냥 가만히 시청하면서 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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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기독교사회연구원, 아프리카TV,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교인 수가 3000명 이상 대형교회의 경우 응답자의 52.6%가 성경이나 찬송가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민형 성결대학교 교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온라인 예배를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라며 “온라인이라는 시공간의 확장을 경험한 개신교인들의 영성 강화를 위해 온라인 교회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앙 전환 속에서 가장 큰 변화는 말씀을 골라 듣는 신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신도 사이에선 설교 내용, 곧 말씀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더 좋은 말씀을 찾기 위해 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보거나 말씀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한국교회 코로나 추적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개월간 타 교회 온라인 예배·설교를 들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였으며 이 가운데 56%는 2개 교회 이상의 온라인 예배·설교를 들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들이 출석교회 목회자의 설교를 다른 목회자와 비교하며 듣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계에선 목회자 등 종교지도자 개인의 역량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설교와 인문학을 접목해 연구와 설교를 하는 김도인 목사는 한 개신교 매체 기고글을 통해 설교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말하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목회자들이 신도에 대한 애정을 말씀 콘텐츠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들을 향해 “신도들의 마음과 상황을 파악하고 나(설교자)의 입장이 아닌 신도들의 입장에서 설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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