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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DB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 인터뷰

별세 고르바초프 갈리는 평가

러 내부선 부정적 인식 우세

서방, 냉전 종식 기여 높이 사

, 공산주의 배신자로 비난

성공적 북방정책의 주역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30(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한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대내외 평가는 차이가 크다. 천지일보는 31일 전 주러시아 공사였던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박 소장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은 대내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이다. 1960년대까지만 잘 나가던 소련 경제가 1970년대 접어들면서, 특히 레오니트 일리치 브레즈네프 시대부터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과 비효율성이 누적되면서 그 상태로는 더 나아갈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고르바초프가 1985년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하면서 개혁을 시도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점진적인 시장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목표였다. 또 하나는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치적인 측면에서 사상 탄압, 언론 검열을 지양하고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취지는 좋았죠. 하지만 소련 엘리트 층이나 일반 주민들에게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조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치개혁 경제개혁 둘 다 실패했고, 혼란만 초래한 결과로 199112월 소련이 해체되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는 고르바초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소련 당시 미국과 더불어 전 세계를 양분해 경영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강대국이었는데, 그러한 소련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해왔고, 러시아 내에서는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가 더 강해져 고르바초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서방에서는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박 소장은 서방은 사실 소련이 해체될 때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소련이 자본주의화 또는 자유민주주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서 박수를 쳐줬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제 소련의 그러한 정치적 경제적 개혁 과정에 도움을 준 게 없다. 오히려 개혁 과정에서 소련이 혼란을 겪는 것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즐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소장은 서방에서 고르바초프를 긍정적으로 또는 높이 평가하는 것은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련 해체로 독립한 구소련 공화국들은 어땠을까. 박 소장은 표정 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고로바초프 덕분에 독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아주 격렬하게 고르바초프를 비난했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도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고르바초프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소련 간의 전통적인 우의를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보고, 공산주의를 포기한 배신자라고 여겼다. 당시 한국과의 수교를 앞두고 당시 소련 외무장관이 방문했는데도, 김일성 주석이 만나주지 않았을 정도였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한국과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많다. 당시 노태우 정부가 북방정책을 시도했는데, 한소수교는 북방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했다. 1990930일 수교 합의했고, 127일 모스크바에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최초로 개설됐다. 일주일이 되지 않아서 노 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이듬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해 한소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이후 19919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 가입을 했다. 이 모든 게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박 소장은 한소수교는 한국 외교의 지평이 획기적으로 확대된 계기라며 그 당시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 북부 지역에 대해서는 우리가 교류나 소통을 전혀 못 했는데,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좀 더 실질적인 차원으로 보면 한국인과 한국 기업들이 활동 무대가 글자 그대로 전 세계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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